동아시안컵 중국전(2-0)은 완승이었다. 현대 축구에서 승리의 요인으로 꼽는 전술적인 부분에서 압도했다. 가장 큰 것은 공수전환의 속도인데, 대표팀이 그 속도에서 중국을 압도했다. 이것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경기를 소화했다. 개인이나 팀, 부분 전술에서 앞섰다.
유럽파가 빠진 젊은 대표팀이어서 경험 부족을 걱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 내용적인 측면에서 네골, 다섯골 차이가 날 수 있을 정도로 일방적인 경기 운영을 했다. 한국 선수들은 볼을 소유하기 위한 전 동작인 예측이나, 볼을 잡고난 뒤의 움직임, 패스의 선택에서 매우 지능적인 경기를 했다. 반면 중국은 한국 선수의 강력한 압박에 허둥대며, 볼을 잡는 것도 불안했고, 볼을 잡아도 패스할 곳을 찾지 못했다. 한국의 늪 같은 수비 조직 때문에 패스 실책을 남발했다.
2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한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한국 김영권이 슈팅하고 있다. 2015.8.3 (우한=연합뉴스)
한국은 베스트 11 가운데 A매치 데뷔전에 나선 권창훈, 이종호, 김승대, 임창우 등 네명의 선수가 있었다. 그러나 패스의 강약조절이나 드리블에서 흔들리지 않고 잘 했다. 팀 압박도 우세했지만, 더 돋보인 것은 미드필드 지역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기동력으로 공·수에서 적절한 밸런스를 유지한 점이다. 미드필드에서 이뤄진 김승대, 이재성, 이종호의 조화는 절묘할 정도였다. 이종호는 힘과 파괴력을, 이재성은 날카로운 패스 능력을, 김승대와 권창훈은 적당한 볼 공급 등으로 공격의 출력을 높였다. 바로 뒤에서 장현수가 적절하게 받쳐주면서 최상의 조합을 이루었다. 이것이 중국을 시종 괴롭힌 요인이다. 공격수들이 욕심을 내지 않고 더 좋은 위치의 선수한테 패스하는 양보의 미덕(?) 등 노련한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중국전 결과를 극찬하는 이유는 K리그의 수준에 대한 재평가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최근 K리그에서 뛰는 스타 선수들이 중국의 C리그로 이적하면서 K리그의 스타 부재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왓다. 하지만 기우라는 것이 확실하게 입증됐다. K리그 선수층이 두텁고, 재능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다는 것을 슈틸리케 감독을 통해 아시아 무대에 공개 선언한 경기였다. 팬들도 중국전을 통해 확인된 K리거인 이종호, 이재성, 김승대, 권창훈, 이정협, 임창우, 홍철 등의 활약에 강한 인상을 받았을 것으로 믿는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