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거 김승대·이종호도 데뷔전 골
공정한 선발로 헌신·경쟁 이끌어내
“감독·선수간 신뢰감 없다면 불가능”
공정한 선발로 헌신·경쟁 이끌어내
“감독·선수간 신뢰감 없다면 불가능”
“선수들이 정말 헌신적으로 합니다.”
2일 밤 동아시안컵 중국전 완승(2-0)을 지켜본 축구 전문가들은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의 ‘인간 경영학’에 놀라움을 표시한다. 선수단 구성에서 과거 감독 때와 달라진 점은 별로 없다. 유럽파가 빠지고 K리그나 일본, 중국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이 주축이 됐기 때문에 한국팀의 온전한 전력은 아니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손을 거친 대표팀은 유럽파의 부재와 상관없이 강했다. 사력을 다해 전투적으로 뛰는 선수들 앞에서 우승을 장담하던 중국팀은 왜소해 보였다. 중국전 역대 맞전적은 17승12무1패 우세.
하재훈 프로축구연맹 감독관은 “결국 감독의 몫은 선수들의 헌신을 끌어내는 것이다. 단순하게 보이는 그 작업은 감독과 선수 사이의 신뢰감이 없다면 이뤄질 수 없다”고 했다. 선수들의 마음을 장악하기 위한 조건 가운데 가장 큰 것은 “잘하는 선수가 경기에 뛴다”는 원칙이다. 선수들끼리는 누가 선발로 나가야 할지 서로 안다고 한다. 감독이 공정하다고 여길 때 선수들은 선의의 경쟁을 한다. 하 감독관은 “선수 관리나 스케줄 운용, 작전 지시 등 세세한 부분의 소통을 통해서 감독과 선수의 신뢰감이 쌓인다. 자율 속에서 원칙이 지켜지면 선수들은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A매치 데뷔전을 치른 포항의 김승대, 전남의 이종호가 각각 데뷔전 골을 터뜨린 것은 “너의 가치를 보이라”는 대표팀의 분위기에서 나왔다. 둘은 주눅들지도 않았고 맹랑할 정도로 냉정했다. 공수의 허리 구실을 하는 수원의 권창훈도 대표팀 첫 출전 기회에서 펄펄 날았다. 원래 기성용의 붙박이 자리에 들어와 마치 리오넬 메시처럼 1~2명은 수월하게 제치면서 공격로를 열었다. 홍철이나 임창우 등 K리거들이 진가를 드러냈다. 최경식 해설위원은 “K리그 선수들이 기본기를 갖추고 있는데, 슈틸리케 감독이 조직적으로 역량을 발산하도록 묶어내면서 선수들이 더 빛을 냈다”고 평가했다.
축구 경기의 승패는 기술, 체력, 전술, 심리 등 다양한 변수에 의해 갈린다. 감독의 용인술은 이 모든 것을 승리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창조적으로 모으는 일이다. 압박을 할 때는 최전방의 이정협이나 김신욱이 한쪽으로 상대 공격 방향을 몰아주어, 뒤에서 포위해 들어가는 선수들을 효과적으로 움직이도록 한다. 감독의 지도 방식이나 철학이 선수들의 마음을 잡았다. 여기에 동기 부여, 보상 시스템 등을 활용하면서 어떤 선수라도 최강의 전사로 만들어내고 있다. 슈틸리케는 평소 “대표팀은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라며 선수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거나, 벤치에 앉아 있지 않고 쉴새없이 독려하면서 감정적으로 교감하는 데도 뛰어나다. 5일 저녁 7시20분 동아시안컵 2차 일본전도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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