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한 킥을 자랑하는 전가을이 4일 열린 동아시안컵 일본과의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그림 같은 역전 프리킥 골을 성공시킨 뒤 기뻐하고 있다. 우한/연합뉴스
동아시안컵 축구…2-1 역전승
후반 추가시간 20m거리 결승골
후반 추가시간 20m거리 결승골
후반 추가시간. 아크 왼쪽에 선 전가을과 골대와의 거리는 20m 정도. 키커로 나선 전가을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골문을 노려봤다. 이어 정확하게 찬 공은 일본 골문의 왼쪽 구석으로 파고들었다. 경련을 일으키는 골망을 뒤로한 선수들은 승리의 기쁨에 활짝 웃었다.
윤덕여 감독의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4일 중국 우한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 대회(동아시안컵) 2차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조소현의 동점골, 전가을의 결승골로 일본에 통쾌한 2-1 역전승을 거뒀다. 역대 일본전 맞전적은 4승8무14패. 가장 최근인 2013년 동아시안컵 승리(2-1)에 이어 최근 일본전 2연승이다. 한국은 이번 대회 중국전 승리를 포함해 2승을 기록했다.
한국 선수들의 이기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일본은 2015 캐나다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세계 최강권의 팀. 세계랭킹도 4위로 한국(17위)보다 앞선다. 그러나 축구공은 둥글고, 승패는 분위기에 따라 달라진다. 한국은 전반 30분 일본에 중거리슛을 허용해 0-1로 뒤졌다. 골문 앞에서 공중볼을 처리한 것이 상대 선수 앞으로 흘러갔고, 나카지마가 아크 왼쪽에서 찬 공은 수비수에 맞고 살짝 굴절되면서 골망을 흔들었다.
이때부터 한국의 추격전이 거세게 이뤄졌다. 최전방의 정설빈이 힘과 기술로 상대방을 흔들면서 이번 대회 새로운 스타로 부상한 이민아와 공격작업을 주도했다. 전반 35분과 40분께 이민아가 두차례 시도한 골문 앞 슈팅은 상대방을 맞고 나오거나, 측면으로 흘렀지만 일본을 위협하기에는 충분했다.
후반 들어서는 주장 조소현과 교체 투입된 ‘큰언니’ 전가을 등 1일 중국과의 1차전에 뛰지 않았던 선수들이 해결사 구실을 맡았다. 수비형 미드필더 조소현은 특유의 왕성한 움직임으로 수비를 하면서도, 공격시 적극적인 가담으로 출력을 끌어올렸다. 결국 후반 9분 기회가 찾아왔고, 벼락같은 중거리 슈팅으로 동점골을 만들었다. 상대 골지역 정면으로 치고들어갈 때 수비 선수들이 살짝 떨어지면서 공간이 비자 냅다 차 골망을 출렁였다. 측면에서 파고들던 이민아 등이 침투하면서 신경을 분산시킨 효과가 작용했다. 조소현은 부상으로 귀국한 심서연의 유니폼을 카메라 앞에 들이대는 골 세리머니를 했다.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가자 일본의 반격이 맹렬해졌다. 개인기를 바탕으로 한 공격 전개로 한국의 골문 앞을 파고들면서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하지만 한국팀 선수들 전원이 수비에 가담하는 적극성으로 위기를 봉쇄했다. 이어 후반 막판에 기용된 전가을이 아크 옆에서 얻은 프리킥을 정교한 슈팅으로 골로 연결해 숨가쁜 접전의 마침표를 찍었다.
윤덕여 감독은 “체력적으로 부담이 많아서 경기 내용에서는 만족하지 못하지만, 결과에서는 만족이다. 3차전 북한과의 경기에서도 좋은 몸 상태로 뛰기 위해 휴식 기간에 충분히 충전을 하겠다”고 말했다. 동점골의 주인공 조소현은 “북한은 힘과 스피드, 역습 능력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 체력적으로 잘 준비하겠다”고 했다. 북한과의 3차전은 8일 열린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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