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64)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8월17일 프랑스 파리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차기 회장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정 명예회장은 6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현지시각으로 17일 오전 11시께 유럽 축구의 중심지인 파리에서 출마 선언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파 회장 선거는 내년 2월26일 스위스 취리히의 피파 본부에서 열린다. 이미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이 출마를 선언했고, 5월 제프 블라터 회장과 경선을 벌였던 알리 빈 후세인 요르단 왕자도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 정 회장은 “플라티니 회장과 내가 유력 후보라고 본다. 내가 잘하면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몽준 회장은 국제 축구계에 알려진 ‘깨끗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6개 대륙 축구연맹과 200여 피파 회원국 회장과의 일대일 만남 등 발로 뛰면서 득표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정 회장은 “한국 사람으로 피파 회장에 출마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다. 선거까지 6개월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나 ‘더 투명한 피파, 더 발전하는 피파’의 비전을 설득할 것”이라고 했다.
강력한 경쟁자인 플라티니 회장에 대해서는 부패 추문으로 얼룩진 현 피파 집행부의 일원인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킬 생각이다. 정 회장은 이날 “111년 된 피파의 역대 회장 8명이 유럽계다. 피파가 오늘날 불명예스럽게 된 데에는 유럽 축구 지도자들의 책임도 작지 않다”며 간접적으로 플라티니 회장에 대한 견제구를 날렸다. 그러나 최근 플라티니를 블라터의 꼭두각시로 표현한 것으로 전해진 외신 보도 내용은 부인했다. 정 회장은 “플라티니가 블라터의 ‘수제자’(protege)라고 했는데 잘못 번역됐다. 플라티니는 나의 동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2011년 피파 부회장 겸 집행위원직에서 물러나면서 4년간 국제 축구의 현장과 떨어져 있었던 것은 약점이다. 정 회장도 “발로 뛸 수밖에 없다”고 인정했다. 정 회장은 “피파 회장 출마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국민들의 조언과 성원을 바란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과는 이 일로 상의드린 적이 없다. 정부, 청와대 외교안보 쪽에 계신 분들에게는 설명을 드렸다.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여야 한다고 보는 분들도 있고 조금 신중한 분들도 있었다”고 밝혔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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