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한방은 없었다

이재성(왼쪽)이 9일 중국 후베이성에서 열린 2015 동아시안컵 북한과의 최종전에서 헤딩슛을 시도하고 있다. 우한/연합뉴스

동아시아컵 득점없이 0대 0
남 파상공세…북 철벽수비
슈틀리케 “점수 빼면 다 잘해”
김창복 “정신력에서 앞섰다”

터질 듯하면서도 터지지 않는 골은 끝까지 외면했다. 수차례의 결정타는 북한 선수들을 맞고 나왔고, 튕겨나온 공이 떨어진 곳에는 묘하게 우리 선수들이 없었다. 추가시간 때 김신욱이 시도한 절묘한 힐킥까지 상대 리명국 골키퍼의 손에 걸려 옆으로 빠졌다. 아무리 슈팅을 많이 해도 ‘운이 따르지 않으면’ 이길 수 없는 축구의 속성이 슈틸리케 감독한테는 야속할 뿐이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축구대표팀이 9일 중국 우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 대회(동아시안컵) 북한과의 3차전에서 지독한 불운으로 0-0으로 비겼다. 한국은 1승2무로 대회를 마감했고, 역대 북한(1승1무1패)과의 맞전적은 6승8무1패. 국제축구연맹(FIFA) 캘린더에도 없는 한국, 북한, 중국, 일본 동아시아 4개국 대회지만, 한국은 K리거를 대거 활용한 슈틸리케 감독의 용병술로 이번 대회에서 톡톡한 재미를 봤다.

전력상 남한은 북한에 우위다. 유럽파가 빠졌지만 K리거와 일본과 중국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의 경험이 풍부하다. 슈틸리케 감독은 1차전 중국전에 내보냈던 선수들을 대부분 배치했다. 최전방에는 제공권과 배급능력을 갖춘 이정협을 세웠고, 그 뒤로는 이종호, 이재성, 김승대까지 K리그에서 상한가를 치는 젊은 선수를 포진시켰다. 중원에 선 장현수와 권창훈도 발재간과 시야를 갖추었고 최후방의 이주용-김영권-김기희-임창우도 안정감이 있어 진용의 짜임새가 넘쳤다.

시작부터 공세의 파고를 몰아친 것은 심리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앞섰기 때문이다. 왼쪽 풀백 이주용의 위협적인 슈팅으로 포문을 열기 시작해 권창훈, 이종호, 장현수, 김승대, 이재성까지 전반 내내 맹공을 퍼부었다. 전반 12분 이종호의 중거리포, 전반 40분 문전 혼전 상황에서 나온 이재성의 왼발 슛은 결정적이었지만 리명국 골키퍼의 선방에 걸렸다.

후반 들어서도 슈팅은 번번이 북한 선수들을 맞고 나오거나 골대 밖으로 흘렀다. 후반 초반 권창훈이 골지역 왼쪽을 돌파하면서 올린 크로스가 북한 선수의 팔에 맞았지만 페널티킥 휘슬은 울리지 않았다. 섭씨 33도의 고온에 혈전으로 피로도가 가중되자 북한은 장신의 박현일을 투입했고, 슈틸리케 감독도 이종호 대신 정우영을 들여보내면서 변화를 주었다. 후반 33분 이정협의 슈팅이 리명국 골키퍼의 얼굴에 맞고 나온 것을 권창훈이 다시 찼으나 이번에는 골대를 지키고 있던 북한 수비수의 가슴을 맞고 튕기는 등 지독히도 골운이 따르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막판 승부수로 수비수 정동호와 공격수 김신욱을 투입했고, 3분간 주어진 추가시간 막판 김신욱이 골지역 안에서 절묘한 힐킥으로 공의 방향을 돌려 골문 안으로 보냈지만, 이것마저 리명국의 손끝에 걸려 땅을 쳐야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득점하지 못한 것을 빼고는 너무 잘했다. 젊은 선수들이 앞으로 더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복 북한 감독은 “우리가 실력이 부족했지만 정신력에서 나무랄 게 없었다”고 평가했다.

김창금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