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안컵 전 대표팀 구성에 대해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오만으로까지 이야기하는 미디어와 전문가가 있었다. A매치 출전하지 않은 선수들이 대거 뽑혔고, 출전했다고 하더라도 경험이 일천한 선수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자기만의 확고한 철학을 갖고 이번 동아시안컵 대회를 소화했다. 마지막 북한전에서 골을 넣지 못하고 무승부를 기록한 것을 두고, 일부에서 골결정력이 부족하다고 얘기하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가 역대 북한전에서 이날처럼 일방적인 경기를 한 사례가 없었다.
북한은 1970~80년대의 구식 축구를 했다. 한마디로 뻥축구를 한 것이다. 북한이 자랑하는 기동력, 힘, 강한 몸싸움 등은 한국 선수들에게 미리 읽혔다. 한국의 골결정력 부족이 아니라, 북한이 운이 좋았던 경기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트라이커인 호날두나 메시도 일방적인 공격을 할 때라도 상대 골키퍼가 귀신처럼 막아내면 골을 넣지 못한다. 북한전은 바로 그런 경우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자신의 철학을 관철시키면서 많은 것을 얻었다. 한국은 해외파 의존도가 높은 팀이지만 이제 해외파와 국내파 선수의 치열한 경쟁 구도가 됐다. 해외파 선수들이 게으르거나 대표팀에 기여하지 못하면 언제든지 주전을 꿰찰 선수들이 많아졌다. 이번 동아시안컵은 대표팀에 변화와 탄력을 준 대회다. 그것이 순위보다 중요하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