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3일 저녁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라오스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G조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완성한 뒤 이를 손가락으로 표시하고 있다. 화성/연합뉴스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전
손흥민 해트트릭·이청용 선제골
권창훈 2골·홍철 3도움
슈틸리케 ‘방심 않는 용병술’ 빛나
손흥민 해트트릭·이청용 선제골
권창훈 2골·홍철 3도움
슈틸리케 ‘방심 않는 용병술’ 빛나
11명씩 동등한 싸움이라고 하지만 체급의 차이가 있었다. 약팀을 상대로 방심하지 않는 슈틸리케 감독의 용병술도 빛났다. 선수들은 최고의 집중력을 보여주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축구대표팀이 3일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G조 라오스와의 경기에서 8-0의 대승을 거뒀다. 월드컵 예선 2연승. 역대 맞전적은 4전 전승이지만 특별한 의미는 없었다. 너무 실력차가 컸기 때문이다. 국제축구연맹 순위에서도 한국(57위)은 라오스(174위)를 크게 앞섰다. 랭킹이 큰 의미가 없다고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8골은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최다골이다. 한국은 8일 레바논과 원정 경기를 펼친다.
슈틸리케 감독은 장신의 석현준을 최전방에 배치하고, 그 아래 손흥민-기성용-권창훈-이청용 등 4명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배치했다. 중앙의 공수연결 고리는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이 독점하도록 하면서 공격 쪽에 비중을 둔 4-1-4-1 대형이다. 수비는 홍철-김영권-홍정호-장현수를 세웠고, 골키퍼로 대표팀 경기에 처음 나선 전북의 권순태가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장현수는 원래 중앙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소화할 수 있지만 이날은 오른쪽 풀백에서 테스트를 받았다.
시작부터 압도적인 한국의 우세였다. 기술, 경험, 이름값, 조직력에서 라오스는 한국의 비교가 안 됐다. 심지어 체격마저 라오스는 한국의 상대가 안 됐다. 한국의 선발 11명은 권창훈(1m74)을 제외하고는 모두 1m80을 넘었다. 하지만 라오스 선수들은 모두 1m70대로 평균 10㎝ 차이가 났다. 선수들은 공을 빼앗기거나 상대가 점유할 때는 악착같이 달려들어 빼앗아 왔다. 정신력까지 우위를 점하면서 전반에 3골이 터졌고, 분위기는 일방적으로 흘렀다.
슈틸리케 감독은 전반 9분 이청용의 골을 시작으로 손흥민, 권창훈의 축포가 이어질 때마다 환호했다. 권창훈은 돌파와 드리블뿐 아니라, 전반 30분 강력한 왼발로 골망을 흔드는 담대함을 보여주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전반이 끝나고 하프타임이 시작될 때 필드를 떠나지 않고 심판진을 기다렸다. 일본의 이다 준페이 주심을 향해 무언가 얘기하려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판정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보였다. 절대 방심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혔다.
이런 장수 아래서 선수들은 여유를 부릴 수가 없었다. 더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후반 12분 5년 만에 태극마크를 단 석현준의 골을 시작으로 손흥민, 권창훈의 연속골이 터지면서 우열은 가려졌다. 왼쪽 풀백으로 나온 홍철은 이날 왼쪽 측면에서 깊숙한 침투와 돌파로 3개의 도움주기를 기록했고, 권창훈은 전·후반 2골, 손흥민은 후반 44분 추가골로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중반부터 황의조, 김진수, 이재성을 투입하면서 변화를 주었고, 파상공세는 전혀 누그러들지 않았다. 이재성의 후반 추가시간 마무리골까지, 실력과 정신력에서 차이가 큰 대결이었다.
화성/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권창훈(왼쪽에서 둘째)이 한국팀의 세번째 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맨 왼쪽은 이날 왼쪽풀백으로 출전해 3도움을 기록한 홍철이다. 첫골을 넣은 이청용(17번), 기성용(16번)도 보인다. 화성/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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