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할 생각도 말라는 뜻인가요?”
6일 한 고교 축구 지도자는 경희대학교의 2016학년도 축구특기자 수시 전형에서 요구한 지원 자격에 대해 이렇게 하소연했다. 경희대는 최근 발표한 모집요강에서 축구특기자의 자격을 백록기, 백운기, 금석배 딱 3개 전국대회에 출전한 고교 선수로 제한했고, 여기에 대회별로 400분 이상 출전했어야 한다고 공고했다. 특별히 3개의 대회를 지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자체 기준’이라고만 언급하고 있다.
고교 지도자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크다. 대학에서 축구특기자 신입생을 뽑을 때는 한 해 10여개인 전국대회에 출전해 ‘16강 이상, 4강 이상에 입상한 팀’ 식으로 지원 자격을 정하지, 아예 대회를 콕 집어 제한하지는 않는다. 400분 이상 출전하는 것도 엄격한 기준이라고 한다. 통상 전국대회 우승을 하려면 5~6번 경기를 해야 하는데, 80분짜리 경기를 다섯 차례 꽉 차게 뛰어야 400분이 나온다. 결국 이 3개 대회의 준우승·우승팀 선수 말고는 지원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정부는 2009년부터 ‘공부하는 운동선수’를 만들기 위해 전국대회를 대폭 축소하고, 권역별 주말리그제를 도입했다. 전국대회 출전으로 인한 비용 부담과 학업시간 결손을 막기 위해서 가까운 거리만 이동해 경기를 치르는 것이다. 경기 수가 많은 리그제이기 때문에 그동안 토너먼트로 치러진 전국대회에서 소외됐던 1·2학년이 뛸 기회가 늘었다. 이와 함께 고교 축구팀이 전국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여름과 겨울 한 차례씩으로 제한해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전국대회에 올인하지 못하도록 했다.
7월 대한축구협회가 조사한 자료를 보면, 권역별 축구리그에 30~50% 이상 출전하면 특기생에 응시할 수 있도록 자격을 주는 대학이 지난해 34개에서 올해는 44개로 늘었다. 반면 전국대회 성적만으로 신입생을 뽑은 대학은 지난해 10개에서 5개로 줄었다. 아직도 대학은 권역별리그제보다는 전국대회에서 성적을 낸 팀의 선수들에게 높은 등급을 준다. 하지만 권역별리그제에 대한 대학 당국의 배려는 점점 확대되는 추세다.
경희대의 축구특기자 모집 요강은 지난해보다 후퇴했다. 지난해에는 전국대회를 특정하지 않았고, 권역별리그제 출전자에게도 자격을 주었다. 경희대가 대학 자율인 모집요강에서 자격 기준을 대폭 제한한 것을 두고, 더 좋은 선수를 뽑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전국의 170여개 고교 축구팀 지도자들의 입장에서는 야속할 따름이다. 한 지도자는 “경희대에 가고 싶다던 학생선수들한테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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