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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창훈 아버지 “둥그런 것은 뭐든지 좋아했다”

등록 2015-09-09 16:16수정 2015-09-09 16:57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수훈갑 된 ‘박지성 키드’
공간 창출능력, 승부욕에 이제 킥 능력도 담금질
“어려서부터 둥그런 건 다 좋아했죠. 골프공, 축구공에서 빵까지. 심지어 옷에 공이 그려져 있으면 사달라고 졸라댔어요.”

9일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권창훈의 아버지 권상영씨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8일 밤 적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레바논전 승리(3-0)에 아들이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전혀 들뜬 목소리가 아니었다. 권창훈은 A매치에 5번째 출전한 이날 경기에서 선발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와 전반 상대 자책골 유도 침투패스, 후반 쐐기골로 대표팀의 스타로 떴다. 그런데 아버지는 달랐다. 오히려 “우리 아들은 천재과가 아니다. 그냥 2~3살 때부터 둥글게 된 것은 뭐든지 좋아했고, 유치원 때부터 공과 뒹굴며 친해진 것밖에는 없다”고 했다. 그래도 “아들이 레바논전에서 잘한 것 아니냐”고 묻자, 그제서야 “축구를 잘한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어제는 좀 달랐다. 평생 처음 그런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제과점을 운영하는 아버지는 어려서부터 창훈이가 소속한 팀에 가끔씩 빵을 제공해 주었다. 올해도 아들의 생일과 대표팀 첫 발탁 때 수원팀으로 빵 배달을 했다. 권창훈은 어려서부터 빵을 실컷 먹었고, 별명도 ‘빵훈’이다. 하지만 빵으로만으로는 체력을 받쳐주지 못한다. 아버지는 “날 때부터 왕체력이었다. 초등학교 때는 ‘제2의 박지성’이라는 얘기도 들었다. 육류를 좋아한다”고 귀띔했다. 하긴 권창훈은 박지성 키드다. 아버지는 “2002 월드컵을 보더니 ‘축구를 하겠다’고 했다. 박지성이 롤모델이었다”고 말했다.

권창훈은 왼발잡이에 B형이다. 창조성이 뛰어난 선수들한테 보여지는 특징의 일면이다. 승부욕도 갖췄다. 아버지는 “초등학교 3학년 축구팀에 들어갔는데 졌을 때는 많이 울었다”고 회고했다. 권창훈은 중동중 시절 춘계연맹전 최우수선수, 매탄고 시절 챌린지리그 최우수선수 수상 등 두각을 나타냈다. 고교 졸업 뒤 명문 프로팀에 들어갔다는 것은 대한민국 고교 랭킹 1위였음을 뜻한다. 19살, 20살 이하 청소년대표팀 핵심 선수로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그 잠재력이 서서히 꽃피고 있는 것이다.

하재훈 프로축구연맹 감독관은 “공간이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 공간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권창훈의 장점으로 꼽았다. 선수들은 대개 상대가 다닥다닥 붙어 있으면 공을 간수하기도 어렵고, 압박하면 허둥댄다. 그것을 극복하려면 주특기가 있어야 한다. 하재훈 감독관은 “리오넬 메시의 플레이 스타일을 생각하면 된다. 스텝마다 공을 발끝에 붙이고 달리는데, 스피드를 살리면서 짧은 공간에서 방향 전환을 하기 때문에 막기가 힘들다”고 분석했다. 아버지는 “배우려고 하는 자세나 학습 능력은 좋다”고 인정했다.

1m74의 단신 권창훈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력한 슈팅력이 필수였다. 아버지는 “매탄고 시절 6개월간 지도자로 부임했던 고종수 수원 코치한테서 왼발 킥의 요령을 습득한 것 같다. 당시 킥에 대해 배운 내용을 세세하게 얘기한 기억이 난다. 구질이나 스피드, 스냅 등에 대해서 몇번 얘기했다”고 했다. 고종수 코치는 “내가 특별히 기여한 지분은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왼발의 천재’ 아래서 권창훈의 킥은 더 예리해졌다. 하재훈 감독관은 “공과 발이 마주치는 순간 힘을 실어주는 임팩트가 고종수 급이다. 기술적으로 어려서부터 기본이 잘 돼 있다”라고 평가했다. 물론 왼발만 쓰는 것은 아니다. 레바논전 쐐기골은 오른발 기습슛에서 나왔다.

권창훈은 시련 속에서 단련됐다. 2013년 프로 데뷔년에 K리그 8경기에 교체 출장한 것이 전부였다. 김두현, 오장은, 염기훈 등 대표급 미드필더가 즐비하자 위축됐다. 지난해에는 시즌 전 무릎 부상으로 1골밖에 올리지 못했다. 올해는 “몸관리 잘해 풀 시즌을 소화하겠다”고 약속한 대로 26경기에 출장해 7골을 터뜨리며 완전히 적응했다. 8월 매탄고 출신 첫 국가대표로 동아시안컵에 출전하면서 자신감은 더 커졌다. 초등학교 시절 달리기와 핸드볼 등을 했던 아버지는 “아직도 부족한 게 많다”며 조심스러워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레바논전 뒤, “권창훈이 기대보다 훨씬 더 잘해주고 있다. 21살 젊은 선수인데 슬럼프가 온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계속 믿음을 주면서 잘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권창훈은 12일 오후 4시 안방에서 열리는 K리그 수원-인천전에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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