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 19분 새 세 골을 내주자 판 할 감독도 감정이 격해졌다. “놀랍고 또 당혹스럽다. 도대체 이기려는 마음이나 있는지 모르겠다.” 선수를 콕 찝어서 얘기하지 않았지만 대단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앨릭스 퍼거슨 감독 시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강한 승부욕을 의미하는 ‘위닝 스피리트’와 동의어였다. 하지만 그 흔적은 온데간데 없었다. 아스널의 일방적인 경기가 되면서 라이벌전 명승부의 이미지에도 흠집이 났다.
루이스 판 할 감독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5일(한국시각) 런던 에미리츠경기장에서 열린 2015~2016 프리미어리그 아스널 원정 완패(0-3)로 자존심을 구겼다. 전반 6분 아스널의 알렉시스 산체스, 7분 메수트 외질, 19분 다시 산체스한테 골문을 허용하면서 선수들은 초반부터 기선을 빼앗겼다. 레알 마드리드 이적이 좌절돼 잔류한 데 헤아 골키퍼가 골문을 지켰지만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아스널의 노장 골키퍼 페트르 체흐(33)가 돋보였다. 맨유는 5승1무2패로 3위로 내려섰고, 아스널은 동률이지만 골득실에서 앞서 2위가 됐다.
축구는 알 수 없는 스포츠였다. 판 할 감독도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 계획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하프타임 때도 선수들의 태도를 지적했다. 이기려는 의지가 없었다. 도무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아스널 같은 팀을 만나서 그렇게 많은 공간을 내주면 질 수밖에 없다. 애초 콤팩트하게 중원에서 압박하고 공격력을 잃지 않으려 했지만 안 됐다”고 하소연했다.
판 할 감독은 “수비보다는 중원에서 문제가 생겼다. 특정 선수 탓이라기보다는 팀원들이 서로 도와주고 움직였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날 중원에서 연결 고리를 했던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와 마이클 캐릭에 대해서는, “둘이면 잘 해낼 것으로 믿었다. 둘은 위치 선정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다. 하지만 더 공격적이 돼야 하고, 세컨볼을 잡아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쇠퇴 기미를 보이고 있는 웨인 루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판 할 감독은 “나는 팀에 대해서만 말할 뿐이다. 루니는 우리 팀이 중요 선수이고 주장이다. 그것이 개별 선수에 대한 평가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판 할 감독의 걱정은 곧바로 이어지는 A매치 기간이다. 그는 “선수들의 마음을 추스르고 자신감을 일으켜 다음 경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준비할 것이 많다. 하지만 선수들이 대표팀 소집 때문에 떠나면서 재정비하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