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윤리위 징계 예고로 17년 천하 종말 고해
플라티니·정몽준도 징계 앞둬…선거 국면 혼란
플라티니·정몽준도 징계 앞둬…선거 국면 혼란
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체제가 내부 윤리위원회 징계 예고로 17년 천하의 종말을 고하게 됐다. 블라터의 대권을 노리던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 회장도 징계가 논의되고 있어 출마 자격을 얻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도 윤리위 징계를 앞두고 있어 26일 회장 선거 후보 등록 마감을 앞두고 플라티니와 정몽준 회장이 나서지 못할 수도 있다. 곧 결정이 내려질 예정이어서 피파는 선거 국면에서 새로운 혼란에 빠지게 됐다.
영국의 <비비시>는 7일(현지시각) “피파 윤리위가 배임 혐의로 블라터 회장에 대한 90일 자격정지를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윤리위 제재가 확정되면 블라터 회장은 이론적으로 3개월 뒤인 내년 1월에 복귀할 수 있다. 하지만 회장의 권위가 산산조각나게 됐고, 스위스 검찰의 형사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복귀는 쉬워보이지 않는다. 사실상 블라터 체제는 종막을 고한 것으로 보인다.
윤리위는 블라터 회장이 2005년 피파의 텔레비전 중계권을 잭 워너 당시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 회장과 계약하면서 피파에 손해를 끼쳤고, 2011년 플라티니 회장한테 200만스위스프랑(24억원)을 지급한 것도 부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블라터 회장은 이날 독일 잡지와의 회견에서 “증거도 없이 비난받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스위스나 미국 법무당국의 수사 압박이 커지고 있고, 친정이라고 여겨졌던 윤리위까지 징계 권고를 하면서 설 자리는 없어졌다.
윤리위는 플라티니 회장에 대해서도 90일 자격 정지를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플라티니는 앞서 “2011년 블라터 회장으로부터 받은 돈은 1998~2002년 블라터 회장의 자문역을 맡으면서 받기로 한 보수 가운데 받지 못한 것을 뒤늦게 받은 정당한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윤리위는 그런 해명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플라티니 회장에 대한 징계가 이뤄지면 회장 후보로 출마할 수가 없다. 정몽준 회장도 2011년 이뤄진 한국의 2022 월드컵 유치 활동 과정에서, 피파 집행위원들에게 축구기금 관련 편지를 보낸 일을 문제 삼은 윤리위에 의해 이미 19년 자격정지 예고를 받은 상황이다. 정몽준 회장 쪽 관계자는 “윤리위 징계가 내려지더라도 재심을 청구해 가처분을 받을 수 있도록 법률적 검토를 마쳤다. 후보 등록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칫 플라티니와 정몽준 회장이 회장 선거에 입후보도 하지 못할 경우, 요르단의 알리 빈 알 후세인 왕자가 가장 큰 득을 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알리 왕자는 5월 피파 회장 선거 1차전에서 73표를 얻은 바 있다. <가디언>은 아시아축구연맹 회장인 바레인의 세이크 살만 회장도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몽준 회장이 피파 윤리위의 결정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고, 플라티니 회장도 결백함을 주장하고 있어 잡음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블라터 회장이 직무를 정지당하면 이사 하야투 부회장 대행을 맡을 것으로 보이지만, 하야투 회장도 부패 추문에서 자유롭지 않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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