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한국시간) 쿠웨이트시티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한국 대 쿠웨이트 경기. 구자철이 첫골을 성공시킨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동전 징크스 털고 2차 예선 사실상 통과
슈틸리케 공격 축구, 첫골 뒤 주도권 유지
슈틸리케 공격 축구, 첫골 뒤 주도권 유지
승점 6점짜리 경기의 수훈갑은 구자철이었다. 구자철은 전반 12분 만에 넣은 선취골 뿐 아니라 경기가 끝날 때까지의 속도조절, 공수전환 시의 콘트롤에 이르기까지 한국팀을 지휘했다. 구자철의 이런 활약은 원정에서 드러날 수밖에 없는 체력부담이나 손흥민과 이청용이 빠진 데 따른 한국팀의 심리적 부담을 덜어내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그런 바탕 위에 한국이 비교적 안정적인 경기를 운영했다.
한국 대표팀은 중동 원정에서 자기 경기력의 절반밖에 소화하지 못하는 징크스를 이번에도 털어냈다. 중동 원정이 부담스러운 것은 현지의 기후나 그라운드 컨디션 뿐만 아니라 중동 선수들의 독특한 경기 리듬과 템포에 말리기 쉽기 때문이다. 쿠웨이트는 이란 이라크 사우디와 함께 중동의 4강 중 하나다. 쿠웨이트는 독특한 팀색깔을 갖고 있어 한국 축구가 고전을 해왔다. 이란과 이라크는 힘을 바탕으로 하고, 사우디가 브라질식 개인기를 펼친다면 쿠웨이트는 사우디와는 다른 기술축구를 구사한다. 일대일 개인 능력이 있고, 2대1 패스를 포함해 문전에서 집중도 높은 경기 운영을 한다. 구자철의 첫골 이후에 한국은 주도권을 잡고 쿠에이트의 이런 장점을 잘 피해갔다. 다만 후반 중반 이후 쿠웨이트의 집요한 추격에 몇차례 식은 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쿠웨이트가 미드필드 측면에서 날카롭게 크로스를 하고, 쿠웨이트 공격수들이 해괴한(?) 동작으로 공을 잡아낼 때 한국의 수비진은 순간적으로 흐트러졌다. 이렇게 유연한 몸놀림을 보이는 것도 쿠웨이트의 강점이다.
한국은 쿠웨이트전 승리로 2차 예선을 사실상 통과했다고 보여진다. 그만큼 쿠웨이트전 승리의 의미가 있다. 원정 경기임에도 우리가 승리하면서 남은 경기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확보하게 됐다. 한국은 박주호 김영권 곽태휘 장현수의 포백 라인을 가동하며, 슈틸리케 축구의 특징인 적극적인 공격력을 만들어냈다. 박주호의 결승골 크로스와 장현수의 오버래핑, 곽태휘와 김영권의 세트피스 때의 헤딩 가담 등은 수비수들의 기여로 볼 수 있다. 중앙 미드필더로 나선 기성용의 전체적인 팀 리딩도 칭찬할 만했다. 권창훈의 모험적이고 과감한 공격 돌파 등은 쿠웨이트 전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자신이 직접 드리블 돌파를 할 것인지, 아니면 동료를 이용해서 수비벽을 허물 것인지에 대한 판단력이다. 권창훈이 아직 어린 만큼 앞으로 경험을 하면서 더 날카로워질 것으로 기대한다. 안정적으로 상대 공격을 먼저 걸러준 정우영과 막판 상대의 거센 공격을 막아낸 김승규의 선방도 팬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명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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