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서만큼은 주권국인 웨일스가 57년 만에 주요 대회 본선에 올랐다.
크리스 콜먼 감독의 웨이스는 11일(한국시각) 열린 2016 유럽축구대회(유로 2016) 예선 B조 원정 경기에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 0-2로 졌다. 그러나 최소 조 2위를 확보해 1958년 월드컵 이후 처음으로 주요 국제대회 본선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웨일스의 간판 선수인 레알 마드리드 공격수 가레스 베일은 경기 뒤 외신 인터뷰에서 “어릴 때부터의 꿈이 이뤄졌다.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유로 본선이 열리는 프랑스에서 할 일이 있다. 진짜 최고의 팀들 앞에서 우리를 시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베일은 “졌지만, 내 인생 최고의 패배”라며 기뻐했다. 베일은 웨일스의 본선행 일등공신이다. 베일은 이날까지 웨일스가 넣은 9골 가운데 6골을 해결했고, 2골을 도왔다. <가디언>은 “지난 1년간 베일은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보다는 웨일스 대표팀 유니폼의 선수인 것 같았다”고 썼다.
2012년부터 팀을 이끈 콜먼 감독은 “패배 뒤 걸어가는데 우리팀 서포터스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 때 팀 관계자가 이스라엘이 졌다고 말해주었다. 정말 이상한 순간이었다. 0-2로 졌지만 더 이상 행복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키프러스가 이스라엘 원정에서 2-1 승리를 거두면서 웨일스가 남은 경기와 관계없이 최소 2위를 확보했다. 이스라엘이 이길 것으로 예상했던 콜먼 감독은 “어릴 때부터 본선행을 기다리고 기다렸는데 매번 실패했다. 결국 해냈다”며 감격해했다.
웨일스는 잉글랜드, 스코틀랜드와 함께 독립적인 축구협회를 갖고 있고, 국제축구연맹에도 웨일스 협회로 가입돼 있다. 때문에 월드컵이나 유로 대회에서 웨일스 대표팀을 구성해 나간다. 라이언 긱스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코치가 선수 시절 월드컵과 같은 국제무대에 나올 수 없었던 것은 웨일스 대표팀이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언어나 인종에서 중앙권력을 잡고 있는 잉글랜드와 차이가 있다. 현재 프리미어리그에 속해 있는 스완지시티는 대표적인 웨일스 지역의 프로팀이다. 이런 까닭에 이번 웨일스대표팀의 유로 2016 본선행은 웨일스 국민들한테 각별하다. 잉글랜드도 본선에 올랐고, 스코틀랜드는 탈락이 확정됐다.
웨일스는 13일 안방인 카디프시티 경기장에서 안도라와 유로 2016 예선 B조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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