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국가대표팀 친선경기 한국 대 자메이카 경기. 지동원이 첫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홍정호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5.10.13)
6개월 만에 대표팀에 승선한 아우크스부르크의 지동원(24)이 자신의 진가를 알렸다. K리거 성남의 황의조도 득점포를 터뜨리며 공격수 경쟁에 불을 붙였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축구대표팀이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자메이카 평가전에서 지동원, 기성용, 황의조의 연속골로 3-0 완승을 거뒀다. 역대 전적은 2승1무. 지난해 10월10일 파라과이 평가전에서 대표팀 첫 지휘봉을 잡은 슈틸리케 감독은 1년간 일취월장한 대표팀을 확인했다.
국제축구연맹 순위에서 한국(53위)은 자메이카(57위)보다 약간 높지만 의미는 없다. 독일인 빈프리트 셰퍼가 있는 자메이카 대표팀의 평균 신장은 한국보다 컸다. 총알 탄 사나이 우사인 볼트의 나라답게 선수들은 탄력과 스피드, 드리블 능력까지 갖췄다. 시차로 인한 피곤함은 양 팀이 마찬가지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전날 “올해 남은 3경기를 모두 이기자”며 선수들의 집중력을 요구한 바 있다.
슈틸리케 감독 아래서 1년간 조련된 한국팀은 강대강으로 맞서 밀리지 않았다. 빠른 돌파로 상대를 윽박질렀다. 이영표 해설위원은 “선수단의 분위기가 좋다. 슈틸리케 감독의 지도력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전략은 가용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었다. 월드컵 아시아 예선 쿠웨이트 원정에 나섰던 선수 대신 골키퍼 정성룡을 비롯해 중앙수비수 홍정호와 김기희, 공격수 황의조 등을 배치했다. 중원에도 한국영, 이재성, 지동원 등을 선발로 내세웠다. 다만 중원의 정우영은 그대로 세우고, 기성용을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진배치한 것이 달랐다.
대표팀은 전반 2분 한국영의 발리슛을 시작으로 지동원, 황의조, 기성용이 지속적으로 포문을 열었다. 상대 중앙과 측면에서 이뤄진 이재성과 김진수, 정우영 등의 중단거리 세밀한 패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오른쪽 미드필더 이재성은 수비면 수비, 공격이면 공격, 크로스면 크로스 등 전방위 활약으로 출력을 높였다.
결국 이날의 주인공인 지동원의 첫 골이 전반 35분에 터졌다. 정우영이 올린 코너킥이 골 지역 상공에 걸리자 높은 점프로 방향을 틀어 골망 구석을 흔들었다. 쿠웨이트전에서 교체출전해 뚜렷한 활약을 펼치지 못했던 지동원으로서는 슈틸리케 감독한테 자신의 가치를 웅변했다. 지동원은 후반 11분 기성용의 추가골로 이어진 페널티킥 반칙을 얻어냈다. 또 후반 18분 황의조의 골에도 간접적으로 관여했다. 지난 3월31일 뉴질랜드와의 평가전 이후 6개월여 만에 호출돼 역량을 모두 발휘했다. 지동원은 2011년 9월 레바논전 이후 4년여 만에 A매치 골을 터뜨렸다. 이영표 해설위원은 “지동원 선수의 부활이 분데스리가에 돌아가서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다. 대표팀 내 공격수 경쟁도 더 치열해졌다”고 분석했다. 황의조도 슈틸리케호 승선 이후 A매치 골을 성공시켰다. 황의조는 K리그에서도 13골로 득점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슈틸리케 감독이 1년간 팀을 잘 만들었다. 손흥민과 이청용 등 주전 일부가 빠졌지만 전력에 누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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