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리오 퍼디낸드가 에콰도르 공격수보다 먼저 공을 걷어 내고 있다. AP=연합뉴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의 주장을 맡았던 은퇴 선수 리오 퍼디낸드(37)가 자선경기를 위해 성질을 죽였다.
<가디언>은 퍼디낸드가 11월14일 맨유의 홈구장인 올드트래퍼드에서 예정된 유니세프 ‘어린이을 위한 자선 경기’에 영국팀 선수로 출전하면서 사이가 틀어진 존 테리(첼시), 애슐리 콜(AS로마)와 함께 뛸 것이라고 보도했다. 앨릭스 퍼거슨 전 맨유 감독이 영국팀의 사령탑을 맡고 데이비드 베컴이 주장 완장을 찬다. 라이언 긱스, 폴 스콜스, 마이클 오언 등이 나선다. 인터내셔널팀의 감독은 카를로 안첼로티이며 지네딘 지단이 주장을 맡는다. 인터내셔널팀에는 호나우지뉴, 루이스 피구, 파트리크 비에라, 카푸, 파트리크 클뤼베르트 등이 출전한다.
퍼디낸드가 옛 국가대표 동료인 테리와 콜에 악감정을 갖고 있는 이유는 테리의 인종차별적 태도와 흑인인 콜의 비굴함에 대한 반감 때문이다. 퍼드낸드는 2011년 첼시와 퀸스레인저스파크의 경기에서 테리의 행동에 충격을 받았다. 테리가 퀸스레인저스파크에서 뛰던 동생 안톤 퍼디낸드에게 ‘엿먹어라! 깜둥이’라는 욕설을 한 것이 하나이고, 나중 법정에 섰을 때 당시 첼시에서 뛰던 콜이 테리에게 우호적인 증언을 했기 때문이다. 결국 2012년 최종적으로 테리의 인종차별 발언이 확인됐고, 재판 과정에서 동료들에게 실망한 퍼디낸드의 악감정은 깊어졌다. 퍼디낸드는 지난해 자신의 자서전에서 “테리라는 놈은 그냥 흥분해서 말이 잘못 나왔다. 사과 한번 하면 끝날 일인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썼다. 또 콜에 대해서는 “어렸을 때부터 안톤과 함께 친구처럼 지내던 놈이 비겁하게 처신했다”며 비난했다. 퍼디넌드는 특히 콜에 대해서 “초코 아이스”(겉은 검은데 속은 흰)다. 다시는 얘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경멸의 시선을 보낸 바 있다.
퍼디낸드는 인종차별에 대해 매우 분개하는 스타일이다. 영국의 축구협회가 선수들의 인종차별적 발언에 대해 좀더 강경하게 처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흑인 선수들의 숫자에 비해 흑인 지도자들이 턱없이 부족한 프로축구 현실에 대해서도 질타하고 있다. 유색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퍼디낸드는 흑인 프리미어리그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 다양하게 공부하면서 준비를 하고 있다. <가디언>은 어린이를 위한 자선 경기에 퍼디낸드가 참여하면서 그동안 테리와 콜한테 적대적이었던 퍼디낸드가 자신의 입장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잉글랜드 리오 퍼디낸드가 에콰도르 공격수보다 먼저 공을 걷어 내고 있다.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