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천과 결승전서 3대1 승
차두리 마지막 경기 ‘유종의 미’
차두리 마지막 경기 ‘유종의 미’
우승은 간밤에 내린 눈이라고 한다. 다음날 쓸어버리면 그뿐이다.
하지만 감독의 이력에서 우승컵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감독 역량의 객관적 평가 잣대는 타이틀의 개수이기 때문이다.
최용수(42) FC서울 감독이 31일 안방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5 축구협회(FA)컵 인천과의 결승전 승리(3-1)로 환하게 웃었다. 2011년 FC서울 감독 대행으로 시작한 최 감독은 2012년 K리그 우승에 이어 개인 통산 두번째 타이틀을 챙겼다. 1998년 대회 이후 17년 만에 팀에 축구협회컵을 안겼고, 내년도 챔피언스리그 진출권도 챙겼다. 우승 상금은 2억원.
서울은 전반 다카하기의 선제골로 앞서갔지만 후반 26분 인천 이효균의 동점골로 위기를 맞았다. 최 감독도 “동점골을 내줄 때 작년 생각이 났다”고 했다. 지난해 성남과의 축구협회컵 결승에서 승부차기 패배로 준우승했던 기억 때문이다. 하지만 최 감독은 선수 교체를 딱 한명으로 제한하고, 끝까지 선수들을 믿는 ‘뚝심’으로 완승을 거뒀다. 후반 43분 아드리아노의 결승골과 종료 직전 터진 몰리나의 코너킥 골은 감독의 믿음에 대한 응답이었다. 이재하 서울 단장은 “최용수 감독이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잘 조련했다. 후반기에 영입한 아드리아노와 다카하기가 결정적인 순간 제 몫을 다해 주었다”고 설명했다. 최 감독은 “부족한 감독을 믿고 따라준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최 감독은 시즌 초반 들쭉날쭉한 팀 경기력 때문에 어려운 시기를 거쳤다. 시즌 중간에는 중국 프로구단으로부터 거액의 영입 제안까지 받았다. 하지만 외부의 평가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팀의 응집력을 높였다. 스리백과 포백을 혼용하면서 수비를 강화시켰고, 팀의 간판 박주영의 경기력도 많이 끌어올렸다. 특히 후반기 순도 높은 결정력을 자랑하는 아드리아노와 다카하기를 영입한 것은 2% 부족했던 마무리 능력을 보강한 ‘신의 한 수’였다. FC서울은 K리그에서도 4위로 앞으로 남은 3경기 결과에 따라서 2~3위권도 노릴 수 있다.
최 감독은 이날 프로 마지막 경기를 뛴 차두리에 대해, “차두리는 후배이자 친구 같은 사이다. 지난 3년 동안 팀을 위해 너무 애를 썼다. 차두리의 축구 인생은 이제 끝이 아니다. 한국 축구의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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