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18일(한국시각) 런던 웸블리경기장에서 열린 잉글랜드와 프랑스 축구대표팀 경기 애국가 행사에서 관중들이 전광판의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유’를 따라 부르고 있다. AP 연합뉴스
“라 마르세유를 부르기 위해 모두가 일어섰다. 가슴 뭉클한 순간이었다.”
18일(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웸블리경기장에서 열린 잉글랜드와 프랑스의 축구대표팀 평가전 개막식 풍경을 전한 <비비시> 기자의 소묘다. 이날 경기는 웨인 루니를 앞세운 잉글랜드의 2-0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경기보다 중요한 것은 웸블리 경기장에 울려퍼진 8만여 관중의 연대와 배려의 화음이었다. 영국의 축구팬들은 숙적 프랑스의 국가 ‘라마르세유’가 나오자 전광판의 가사를 따라 불렀다. 비비시는 “박자가 엉켰지만 열성적으로 따라 불렀고, 그 모습을 본 프랑스 축구 선수들은 감정이 복받치는 듯했다”고 썼다.
경기 시작 전에는 데이비드 카메론 영국 총리, 윌리엄 왕자, 로이 호지슨 잉글랜드 감독, 디디에 데샹 프랑스 감독이 함께 운동장 한켠에 파리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는 꽃다발을 헌화했다. 이어 추도의 묵념행사가 펼쳐졌다. 이번 테러로 사촌 누나를 잃은 프랑스 대표팀의 미드필더 라사나 디아라가 교체투입될 때는 모든 관중이 기립박수로 그를 맞았다. 공격수 앙투앙 그리즈만도 출전했는데, 그리즈만의 여동생은 바타클랑 극장 테러 현장에서 탈출했다.
전통적으로 축구 앙숙인 두 나라의 친선경기가 단합된 모습을 보인 것은 스포츠가 갖고 있는 평화의 힘 때문이다. 경기장에 모인 관중들이 열정적으로 과시한 것은 테러에 반대한다는 의지였다. 영국 관중들은 프랑스 국기의 삼색을 카드섹션으로 연출했고, 경기장을 둘러싼 아치도 삼색으로 장식됐다. 데샹 프랑스 대표팀 감독은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공동체의 슬픔을 함께 했다. 축구 차원을 뛰어넘어 인간 차원에서 오늘의 경기가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 프랑스의 휴고 요리스 골키퍼는 “영국 팬들에게 감사하다. 우리가 경기를 잘하지 못 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연대”라고 했다. 잉글랜드 팀의 루니는 “이 어려운 시기에 우리가 더 단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벨기에와 스페인, 독일과 네덜란의 평가전은 테러 위협으로 이날 열리지 못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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