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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FC’처럼…도전, 패자부활

등록 2015-12-09 20:54수정 2015-12-10 11:24

대부분 프로에서 방출된 선수들로 구성돼 패자부활을 꿈꾸는 티엔티(TNT)FC 축구단 선수들이 지난 3일 서울 가양동 마포고등학교 인조잔디 운동장에서 눈이 내리는 가운데 연습경기를 하고 있다.    티엔티FC 제공
대부분 프로에서 방출된 선수들로 구성돼 패자부활을 꿈꾸는 티엔티(TNT)FC 축구단 선수들이 지난 3일 서울 가양동 마포고등학교 인조잔디 운동장에서 눈이 내리는 가운데 연습경기를 하고 있다. 티엔티FC 제공
[스포츠 ON]
‘프로선수 재생공장’ TNT FC
스포츠는 생활이다. 그래서 ‘오프’(OFF) 없이 항상 ‘온’(ON) 상태에 있다. ‘스포츠 온’에서는 프로 스포츠부터 생활 스포츠까지 생생한 현장을 찾아간다. 편집자

잡색군인가, 외인부대인가?

고교 선수에서 프로 선수까지, 축구 해설가에서 클럽 감독까지, 국내파에서 해외파까지…. 선수들이 다양해서 하나로 정형화해 설명할 수 없는 이 팀의 정체는 무엇일까? 2000년 창단된 축구 동호회 티엔티(TNT)FC인데, 팀명이 가공할 폭탄을 뜻하는 것인지를 말해줄 사람도 없다. 하지만 단 하나 분명한 사실이 있다. 이 팀에서 태국이나 독일의 프로리그와 국내 K리그 챌린지(2부)로 가는 선수가 해마다 몇명씩 나온다는 점이다. 알음알음 알려져 프로 선수들한테는 ‘재생 공장’으로 통한다. 올여름 방송돼 인기를 모았던 청춘FC의 실제 버전인데, 청춘FC가 일회성 방송상품이라면 티엔티FC는 진짜 패자부활에 도전하는 이들이 모인 용광로다. 티엔티FC의 감독인 김태륭 <한국방송>(KBS) 해설위원은 “야구의 고양 원더스로 보면 된다. 방출된 선수들이 프로 재진입을 위해 스스로 모인 곳”이라고 했다. 고양 원더스는 해체됐고, 청춘FC는 괜히 기대만 높였다. 그러나 티엔티FC는 나무처럼 현장에 튼튼하게 뿌리를 내렸다.

지난 6일 오후 3시 서울 가양동의 마포고등학교 인조잔디 경기장. 하나둘 티엔티FC 선수들이 나타났는데, 운동복도 제각각인 이들이 지난 8월 한국클럽축구연맹 사회인 클럽 KC리그 왕중왕전에서 우승했고, 과거 축구협회(FA)컵에 나갔던 ‘전설의 팀’이라는 얘기가 믿기지 않았다. 그런데 오후 4시부터 시작된 자체 연습게임에서 진가가 드러났다. 앞서 경기장을 썼던 일반 동호회 팀 선수와 다르게 공을 처리하는 속도가 빨랐고, 빨랫줄 같은 패스는 정확하게 연결됐다. 전북에서 뛰었던 김지웅과 조영준, 강원FC 출신의 이시윤(이윤의에서 개명), 전남 등을 전전한 김근철, 성남FC를 경험한 박재성, 수원FC에 입단했던 김재연 등 대부분의 선수가 프로 출신이어서 가능한 일이다. 프로축구 전남 출신으로 고려대 코치를 역임했던 김태륭 감독은 “고교나 대학 때 날렸던 선수들이다. 연습 때 살살하는 것은 없다. 실제 경기보다 더 치열하게 싸운다”고 했다.

끈끈한 팀 분위기 때문에 6일 자체 훈련에는 현역 프로선수가 참가했다.
끈끈한 팀 분위기 때문에 6일 자체 훈련에는 현역 프로선수가 참가했다.

2000년 창단 축구 동호회지만
대부분 선수들이 프로 출신
방출 등 아픔 딛고 재진입 노려
연습경기·체력단련에 구슬땀

김태륭 해설위원이 감독 맡아
FA컵 진출 등 ‘전설의 팀’ 명성
해마다 몇명씩은 국내외 입단
“선수 몸상태 80%라도 유지 목표”

K리그 클래식(1부), K리그 챌린지(2부), 실업무대인 내셔널리그에 호출받기 위해서는 실전에 투입될 정도의 몸 상태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티엔티FC는 주 평균 4회 경기를 편다. K3 팀이나 고교팀이 주로 연습 상대다. 그라운드 훈련 이외의 체력 보강은 나눠준 프로그램에 따라 각자가 알아서 해야 한다. 이렇게 아등바등해도 클럽하우스와 부문별 트레이너를 갖춘 프로팀의 선수를 따라갈 수가 없다. 지난주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테스트를 받은 조영준은 “정점의 몸 상태와 비교하면 70~80% 정도다. 이 정도라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속팀을 찾게 되면 100%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시설이나 지원 인력, 장비에서 뒤지지만 열정, 진지함, 절박함만큼은 대한민국에서 최고다. 2010년 당시 1부였던 강원FC에 입단했고, 이후 상무 등을 거쳤던 이시윤은 “다른 것 하고 싶어서 축구판을 떠나 스피치 전문 강사로 1년여 생활을 했다. 그러나 결론은 축구라고 생각해 돌아왔다”고 했다. 이날 후반에 투입된 그는 “돈 욕심은 하나도 없다. 단지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축구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올해 말 태국 프로팀 테스트를 받으러 가는 김지웅, 연세대 주장 출신으로 이랜드 겨울훈련에 참가할 예정인 김재연, 1부를 노리는 조영준도 재도약을 위해 비지땀을 흘렸다.

티엔티FC 참여자들의 구성은 다채롭다. 국가대표 출신으로 현재 K리그 챌린지 고양FC에서 뛰는 여효진은 “시즌이 끝나도 몸을 유지해야 한다. 티엔티에서 나와 후배들도 만나고 훈련도 할 수 있어 종종 나온다”고 했다. 17살 이하 청소년대표팀의 피지컬 코치를 했던 이재홍 코치가 한동안 체력 프로그램을 짜주었고, 부천FC 출신의 정현민 강화부장은 동남아 쪽으로 선수를 진출시키는 에이전트도 겸하고 있다. 지도자들도 가끔 참가하고, 때로는 외국에 진출한 선수들도 뛴다. 이런 집단적 협업의 힘 때문에 박이영은 독일 2부리그 장크트파울리에서 뛰고 있고, 전남 유스 출신으로 고교 랭킹 1위였다가 부상으로 프로에서 한 게임도 못 뛰었던 호승욱은 5년 만에 부활해 타이(태국) 2부리그 앙통에서 골잡이로 활약하고 있다.

8월 사회인 클럽 KC리그 왕중왕전에선 우승을 차지했다.
8월 사회인 클럽 KC리그 왕중왕전에선 우승을 차지했다.
김태륭 감독은 “축구라는 게 혼자서 몸을 만들 수가 없다. 그렇다고 출신 대학에 가서 뛰기도 민폐처럼 느껴져 어렵다. 티엔티는 그런 선수들의 몸 상태를 80%라도 유지시켜 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드래프트가 폐지돼 자유계약이 가능해졌고, 구단마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이어서 실력 있는 중고 선수들을 찾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양윤혁, 안동한, 박재성 등이 K리그 1, 2부 팀들이 테스트장에 다녀와 합격 통지를 기다리고 있다. 꼭 올해 팀을 찾지 못해도 비빌 언덕이 있어 든든하다.

운동장을 빌리고, 이동을 하고, 가끔 회식이라도 하려면 연간 4000만원의 예산으로는 빠듯하다. 35~40명의 회원들이 40만원의 연회비를 내고, 프로 진출 선수들이 도와주지만 나머지 1500만~2000만원의 공백은 감독의 사비로 메워야 한다. 내년부터는 뉴발란스, 코오롱 뉴트리션 등으로부터 더 많은 용품 후원을 받게 된 것이 다행이다. 김태륭 감독은 “선수 시절에 재능은 뛰어나지만 기회를 잡지 못해 사라져가는 선수들을 보면서 안타까움이 많았다. 열심히 준비해 7월이나 12월 구단 영입 시기에 맞춰 테스트를 받고 팀을 찾아가는 선수들을 볼 때 가장 기분이 좋다”고 했다. 냉기가 돌며 이슥해지자 연습 훈련은 멈췄지만, 패자부활을 꿈꾸는 축구열정들의 온기는 고스란히 운동장에 남아 있는 듯했다.

글·사진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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