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확률 2000분의 1, 과연 이뤄질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돌풍’ 레스터시티가 14일(현지시각) 안방 레스터 킹 파워 경기장에서 열린 2015~2016 시즌 정규리그 첼시와의 경기에서 2-1로 승리해 선두로 올라섰다. 레스터시티는 10승5무1패(승점 35)로 아스널(승점 33)에게 내준 선두 자리를 하루 만에 되찾았다. 반면 지난 시즌 챔피언 첼시는 4승3무9패(승점 15)로 리그 16위. 첼시가 당한 올 시즌 9패는 지난 두 시즌의 총 패배 수와 같다. 그 만큼 첼시는 급추락하고 있다.
지난 시즌 막판 9경기(7승1무1패)에서 승점 22를 얻는 뒷심을 발휘해 강등권에서 극적으로 탈출한 레스터시티의 올 시즌 우승 전망은 2000분이 1이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하지만 올 시즌 시작 뒤 16 라운드가 치러진 현재 레스터시티는 프리미어리그에 핵 폭풍을 몰고 왔다. 이번 시즌 지휘봉을 잡은 이탈리아 출신의 명장 클라우디오 라니에르의 용병술과 공격의 핵 제이미 바디(28), 리야드 마레즈(24)의 맹렬한 화력이 상승세의 바탕이다. 레스터시티는 이날 경기까지 매 경기 골을 터뜨리고 있다.
잉글랜드 출신의 바디가 선봉이다. 바디는 1m78로 작은 축에 속하지만 순간 스피드와 절정의 골 감각으로 프리미어리그 득점 선두(15골)를 내달리고 있다. 이날 전반 34분 선제골로 14경기 연속 공격포인트 행진을 이어갔다. 영국의 언론은 이날 첼시와의 경기 전 감자칩 회사인 워커스가 바디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바디 감자칩’을, 구단이 서포터스에게 배포했다고 전했다.
1m78의 호리호리한 체격의 알제리 출신 미드필더 마레즈는 이날 전반 도움주기, 후반 결승골로 유럽의 스카우트들에게 다시 한번 진가를 선보였다. 안정된 볼 관리와 시야, 슈팅 능력을 갖추고 있는 마레즈는 정규리그 11골 7도움으로 공격포인트 숫자에서는 바디를 앞서고 있다. 올 여름 레스터시티의 지휘봉을 잡으며 11년만에 프리미어리그에 복귀한 라니에르 감독은 “아무도 (그들을 살 만한) 재력이 없다”며, 바디와 마레즈를 절대 팔 생각이 없음을 밝혔다.
이날 경기에서는 옛 첼시의 감독이었던 라이에리와 현 첼시 감독인 조제 모리뉴의 자존심 대결도 관심을 모았다. 2000~2004년 첼시의 사령탑으로 재임하면서 첼시 재건의 기틀을 다졌던 라니에리 감독은 2003년 첼시를 인수한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에 의해 2004년 감독직에서 물러난다. 그 뒤를 이어 받은 이가 모리뉴 감독이다. 라니에리 감독은 첼시를 이끌 때 선수들의 포지션을 변경하거나 최대한 많이 가용해 ‘땜쟁이’라는 별명을 미디어로부터 얻었으나, 이날 ‘스페셜 원’이라고 불리는 모리뉴 감독에게 뼈아픈 일격을 가했다.
모리뉴 감독은 존 테리 등 노장 수비수들의 노쇠화로 과거의 예리함을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 모리뉴 감독은 후반 초반 0-2로 뒤지자 테리를 빼고 공격진을 보강하면서 후반 32분 만회골을 엮어내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점유율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쐐기를 박는 골을 생산하지는 못했다. 영국의 언론은 “모리뉴 감독이 더욱 더 궁지에 몰렸다”고 보도했다. 아브라모비치 첼시 구단주의 인내심도 거의 한계에 이르렀다는 뉘앙스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사진설명 레스터시티의 제이미 바디(맨 오른쪽)이 14일(현지시각) 안방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와의 경기에서 전반 선제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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