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올림픽축구대표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새해기획] 미리 보는 리우올림픽
신태용 올림픽축구대표 감독
신태용 올림픽축구대표 감독
“립싱크 안 돼요.”
“카멜레온 돼요.”
“스킨십 오케이.”
신태용(45)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은 경쾌하다. 현역 시절 ‘여우’ 플레이메이커 그대로다. 말 한마디의 억양이나 어감에도 생기가 돈다. 그런 발랄한 리더십이 23살 이하 선수들로 구성된 올림픽팀에 딱 맞는 코드일 수 있다. 스마트폰 시대 아이들을 옛날처럼 윽박지른다고 되지 않는다. 그런데 가볍다고 다 통하는 것은 아니다. 저류에는 진심이 교감해야 한다. “왜 있잖아요? 립싱크. 그런 것은 안 돼요. 아이들도 다 압니다.”
신 감독이 공감과 소통을 강조하는 이유는 막중한 책임감 때문이다. 한국 올림픽팀은 1월12~30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23살 이하)에 나간다. 16개국이 참가하는 대회에서 3위 안에 들어야 올림픽 티켓을 딴다. 4개조 리그 뒤 각 조 1, 2위팀이 오르게 되는 8강전부터는 토너먼트다. 한번 미끄러지면 8회 연속 올림픽 진출 꿈이 날아간다. 결승에 진출해야 안심할 수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이 흥행과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내놓은 경기 방식인데, “1%의 방심도 할 수 없다”는 신 감독은 죽을 맛이다. 2016년 한국 축구 장도의 첫 막을 여는 대회여서 부담도 있다.
한국 올림픽팀의 전력은 국가대표팀의 피파랭킹 기준으로 볼 때 일본과 이란, 호주 등과 상위권에 속한다. 그러나 C조(한국, 이라크, 우즈베키스탄, 예멘)의 팀은 모두 만만치가 않다. 그동안 전력분석을 해온 신태용 감독은 “우즈베키스탄과의 1차전이 중요하다. 큰 대회는 첫 경기부터 잘 풀어나가야 한다”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축구에서는 경기력 우위가 승리를 보장하지 않는다. 한 골 승부 때는 더욱 그렇다. 시차나 기후, 음식 등 경기 외적인 변수도 있다. 자칫 어린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돼서는 더더욱 안 된다. 선수단의 잠재력을 끌어내고, 목표에 몰입시키는 감독의 마술이 필요한 이유다. 신 감독은 “선수들의 능력이 100%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자신감 있게 경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2일부터 카타르서 최종 예선
16개국 중 3위까지 올림픽 티켓
“1% 방심도 할수 없다” 초긴장 선수들 자율 보장속 규율 강조
“간섭 느낌 안받도록 조심해도
식사·훈련시간 늦으면 박살내죠” 적극적 스킨십 등 ‘소통 리더십’
“어린 선수들이라 심리위축 경계
잠재력 끌어내 리우행 이뤄낼 것”
신 감독의 용병술 노하우는 스킨십이다. “밥 먹은 뒤 차 마시는 시간에, 운동 끝나고 목욕탕에서, 아니면 운동장에서 슬쩍슬쩍 선수들에게 다가간다. 선수들은 온탕에서 냉탕으로, 숙소 안에서 밖으로 자꾸 도망간다. 하지만 결국은 서로의 마음을 터놓게 된다.” 벤치 선수들한테는 더 각별하게 마음을 쓴다. 신 감독은 “선수들이 내가 하는 것을 보고 듣고 느끼면서 진심을 알게 된다. 신뢰와 헌신은 그렇게 나온다”고 했다.
신 감독의 그라운드 훈련은 선수들을 극한으로 몰고 간다. 솔직한 성격 탓에 때로는 직설적으로 잘못을 지적할 때도 있다. “선수들이 집중력을 잃거나 게으름을 피울 때, 핑계를 댈 때 강하게 질책한다.” 기술이나 전문성보다는 의지나 태도를 중시하는데, 열심히 하면 뛸 수 있다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는 “내 눈높이가 기준이 아니다. 선수 시절부터 쭉 생각해온 것이다. ‘나는 이랬는데, 너는 왜?’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사람은 모두 다르다. 받아들이는 사람이 인정하지 않으면 모든 것은 허사”라고 했다.
선수들에 대한 존중감도 중요하다. 신 감독은 “선수들이 간섭받는다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매우 조심한다. 선수들의 방 근처에는 가지도 않는다”고 했다. 전지훈련 등 장기 소집 때는 스케줄을 미리 공표해 선수들이 자기 시간을 스스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다만 밥 먹는 시간이나 훈련 시간에 늦으면 “박살을 낸다”. 이렇게 자율 속의 규율이 자리를 잡았다.
올림픽팀의 전력은 10여차례의 평가전을 통해 다듬어졌다. 11월 중국 4개국 평가전에서는 결과보다는 선수들의 역량을 감별하는 데 집중했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국내 자원 가운데 최고의 선수들을 뽑은 것 같다”고 했다. 23살 제한 연령을 꽉 채운 선수가 11명이고 나머지 12명은 이보다 1~3살 적다. 최전방의 원톱 요원인 황희찬이나, 부상자가 발생해 대체 자원으로 뽑은 수비형 미드필더 황기욱은 새해가 되면서 20살이 됐다.
팬들은 국가대표급인 권창훈과 해외파 류승우, 공격수들이 골을 터뜨릴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신 감독의 축구 모델은 특정 선수 한두명에 의존하는 형태가 아니다. 박인혁과 최경록 등 해외파 공격 자원이 빠진 악조건도 영향을 주었지만, 애초부터 전체가 작품을 만들어 내는 방식을 선호한다. 스피드를 갖춘 미드필더들이 공격과 수비 양 측면에서 부지런히 뛰면서 기회를 만들어 득점 확률을 높여야 하는 방식이다.
물론 ‘생각하는 축구’는 기본이다. 그는 “공을 잡으면 미리 봐둔 공수 위치를 바탕으로 판단하고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선정한 K리그 30년 레전드 11 가운데 가장 화려한 기록(401경기 99골 68도움)을 자랑하는 그의 현역 때 모습이 그랬다. 상대가 변화를 주었을 때는 카멜레온처럼 임기응변해야 하고, 선수 교체 카드를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 선수와 사령탑으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맛봤던 신 감독은 “수비를 탄탄히 해 실점하지 않도록 최대한 신경을 써야 하지만, 큰 대회에서는 ‘사고 치는 선수’도 나와야 한다”며 웃었다.
선수 시절 오랫동안 주장을 맡으며 동료들의 심리를 연구해온 신 감독은 “그라운드 안에서는 선수들이 할 수밖에 없다. 나는 선수들이 기량을 마음껏 뿜어내도록 돕는 안내자일 뿐”이라고 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게 일이다. 그는 “축구에서 벗어나 있을 때도 언뜻언뜻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선수들과 대화를 하는 주제로 삼기도 한다”고 했다. 결전에 앞서 4일 밤 아랍에미리트, 7일 밤 사우디와 평가전을 벌이게 되는 신태용 감독은 “두차례 평가전은 준비한 전술을 시험해 보는 자리다. 모든 전력을 공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어느 때보다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그는 “내 머릿속에 리우는 없다. 오직 도하만 있다”고 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8강전부터 ‘단판 승부’…리우행 최대 고비 D조 1·2위 후보는 호주-UAE
한국, 조별리그 통과땐 맞상대
이번 대회의 정식 명칭은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이다. 2014년에 이어 두번째 열리는데, 올해는 리우올림픽이 열려 올림픽 예선전을 겸하고 있다. 이전 올림픽 예선은 3개조로 나뉜 팀들이 홈앤어웨이로 싸워 각조 1위 3팀이 진출권을 땄다. 이번에는 토너먼트 방식으로 바꿨다. 조별리그 통과 뒤 맞는 8강전이 가장 큰 고비다. C조 한국은 D조의 1, 2위 후보인 호주와 아랍에미리트와 만날 것으로 보인다. 국가대표팀과 달리 연령별 대회에서는 각 나라의 수준차가 크지 않다. 일본, 호주, 이란, 이라크, 우즈베키스탄, 중국, 북한 등 강팀들은 모두 다 나왔다. 4강에만 진출하면 결승 아니면 3~4위전으로 가기 때문에 3위 안에 들 확률은 높다.
한국은 1948년 런던올림픽과 64년 도쿄올림픽에 출전했고, 88년부터는 연속해서 올림픽에 나갔다. 이번에 티켓을 따면 올림픽 8회 연속 진출 기록을 세운다. 대한축구협회는 올림픽호 지원을 위해 조리사를 포함해 가용할 수 있는 인력을 동원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어느 때보다 부담감이 큰 대회”라고 했다.
김창금 기자
16개국 중 3위까지 올림픽 티켓
“1% 방심도 할수 없다” 초긴장 선수들 자율 보장속 규율 강조
“간섭 느낌 안받도록 조심해도
식사·훈련시간 늦으면 박살내죠” 적극적 스킨십 등 ‘소통 리더십’
“어린 선수들이라 심리위축 경계
잠재력 끌어내 리우행 이뤄낼 것”
8강전부터 ‘단판 승부’…리우행 최대 고비 D조 1·2위 후보는 호주-UAE
한국, 조별리그 통과땐 맞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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