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김의 프리메라리가
지네딘 지단의 레알 마드리드 사령탑 부임은 스페인에서도 톱뉴스다. 5일(현지시각) 지단 감독이 실시한 첫 공개훈련에는 5000명의 팬들이 모여 관심을 드러냈다. 동료 감독들도 다양한 반응을 드러냈다. 루이스 엔리케 FC바르셀로나(바르사) 감독은 “감독 교육 첫 시간에 듣는 말이 모든 감독은 한 번쯤 경질된다는 것이다. 경질되는 감독에게는 쓰린 경험이겠지만 새로 부임하는 감독에게는 기회다. 그게 현대축구의 순리라고 배웠다”며 덤덤하게 말했다. 디에고 시메오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감독 또한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에게는 위로와 큰 포옹을 전하고 싶다. 또 부임하는 지단에게는 행운이 따르기를 바란다”고 했다. 마누엘 페예그리니 맨체스터시티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 감독직이 얼마나 어려운지 경험해서 알고 있다. 그래도 1년은 버텼다”며 베니테스를 위로했다.
레알 마드리드 팬들은 베니테스 퇴장의 가장 큰 원인을 선수들이 등을 돌린 점으로 보고 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세르히오 라모스, 하메스 로드리게스, 이스코, 토니 크로스, 헤세 로드리게스 등은 베니테스와 관계가 좋지 않았다. 과거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물러날 때 선수들이 에스엔에스를 통해 아쉬움의 정을 표시했던 것과 달리 베니테스 감독에게는 그러지 않았다. 그렇다고 유럽의 명문팀을 이끌고 챔피언스리그나 리그 우승 경험이 있는 베니테스 감독을 단 7개월 만에 교체하는 것이 옳은지, 또 경험이 부족한 지단을 감독으로 임명한 게 적합한지에 대한 찬반도 있다.
지단이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최고의 선수였다는 것은 틀림없다. 은퇴한 지도 오래되지 않아 선수들의 생각과 내면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2월17일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AS로마와의 경기가 있지만, 2월말까지는 까다로운 상대를 만나지 않아 순탄한 출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리그 선두와의 차이도 승점 4에 불과해 정상에 도전할 시간은 충분하다.
그럼에도 10년 동안 10명 이상의 감독을 바꾼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의 태도가 철학이 없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리그 맞수 바르사의 구단 운영과는 차이가 크다. 페레스 회장은 그동안 점잖은 델보스케, 분석가형의 페예그리니, 자존심 강한 조제 모리뉴, 신사 안첼로티, 명장 베니테스 등을 영입했는데 모두 다른 축구관을 가진 감독들이었다. 반면 바르사는 20년 전 요한 크라위프 사령탑 시절부터 뚜렷한 구단 정책을 수립했다. 수뇌부가 바뀌어도 일관된 정책으로 좋은 유소년을 육성해 충원하는 것과 동시에 일부를 외부에서 스카우트하는 틀을 확립했다.
감독 영입도 마찬가지다. 바르사는 경험이 없던 페프 과르디올라 감독을 2군팀에서 1군 감독으로 승격시킨 뒤 새로운 전성기를 열었다. 바통을 이어받은 엔리케 감독도 리오넬 메시 등과의 불화설을 견뎌낸 뒤 리그, 챔피언스리그, 클럽월드컵 우승을 이뤄냈다.
지단도 과르디올라와 비슷하게 2군에서 1군 감독이 됐다. 앞으로 어떤 결과를 낼지 미지수지만, 과르디올라의 선례는 늘 비교 대상이기에 지단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스페인 스포츠일간 <마르카>의 설문조사에서는 60% 이상이 “지단이 경험이 없어 실패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스티브 김 chunbae@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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