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 사진 연합뉴스
“감독은 많은 것에 신경을 써야 한다. 벤치 선수를 항상 생각한다.”
신태용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이 20일 새벽 1시30분(한국시각·MBC중계) 벌이는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23살이하 챔피언십 C조 3차전 이라크와의 대결에 벤치 선수를 내보낼 뜻을 비쳤다. 2승으로 이미 8강 진출을 확정한 상태에서 못뛴 선수들에게도 기회를 주고픈 감독의 배려다. 8강과 4강까지의 경로를 염두에 둔 측면도 있다. 한국은 이라크와 비기거나 이겨 C조 1위를 확정하면 8강전에서 D조2위와 맞선다. 8강전 예상 후보는 D조의 아랍에미리트, 요르단, 호주여서 해볼만 하다.
문제는 여기서 이겨 4강에 진출할 경우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인 카타르와 맞서게 되는 점이다. 반면 C조 2위가 되면 8강을 거쳐 4강에서 일본이나 이란을 만나게 된다. 아무래도 카타르보다는 낫기 때문에 C조에서 반드시 1위를 할 필요는 없다. 신태용 감독은 “팀 상승 분위기를 위해서라도 이라크와의 경기에서도 이겨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무리할 필요도 없는 셈이다.
이런 까닭에 이라크와의 경기에 그동안 벤치를 지켰거나 많이 출전하지 못한 선수들을 기용하겠다고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신태용 감독은 평소 “나는 벤치 선수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얘기한 바 있다. 팀 응집력을 위해서는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음지의 선수들을 보살펴야 한다. 이들이 없으면 23명의 팀을 구성할 수가 없다. 토너먼트 단판 경기에 주전 선수들이 나서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들 백업 선수들이 있어야 부상 등 비상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 벤치 선수들의 희생 없이 우승하는 팀은 없다.
신 감독은 미드필더 진영에 아직 그라운드를 밟지 못한 유인수(FC도쿄)와 강상우(포항)를 선발로 낙점할 것으로 보인다. 둘 모두 공격형 미드필더로 측면에서의 패스 능력과 돌파력을 갖춘 선수들이다. 이들 외에 수비형 미드필더로 뽑힌 대학생 선수 황기욱(연세대)이 기회를 잡을 가능성도 있다. 수비수 구현준(부산)과 박동진(한남대)도 능력을 갖추고 있다. 골키퍼 요원인 이창근(부산)과 구성윤(콘사도르삿포르)도 출격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솔직하고 화통한 화법, 선수들의 눈높이에 맞춘 교감, 때로는 격렬한 질책으로 팀을 묶어온 신태용 감독. 큰 대회에서 벤치 선수들을 활용하는 것이 모험일수도 있지만, 신태용 감독은 더 큰 목표를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신 감독은 “올림픽팀의 백업 요원들이 실력이 만만치 않다. 컨디션이 좋기 때문에 오히려 사고를 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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