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 사드 스포츠클럽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4강 카타르 대 대한민국 경기. 한국 황희찬이 공을 쫓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수아레스 닮은듯 닮지않은 올림픽축구 간판
“그가 뛰면 그라운드가 달라진다.”
올림픽팀의 20살 막내 황희찬(잘츠부르크)은 27일(한국시각)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23살 이하 챔피언십 카타르와의 4강전(3-1 승)에서도 가장 빛나는 활약을 했다. 골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결승골과 쐐기골이 그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황희찬이 들어가면 그라운드가 달라진다. 공격수로서의 능력은 골 기록으로 나타나지만, 황희찬은 골 기록보다 더 중요한 승리를 안겨주는 선수”라고 했다.
탄탄한 몸으로 저돌적인 돌파, 드리블 능력을 갖춘 황희찬은 8강 요르단전 발목 부상으로 이날 카타르전에 선발로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후반 33분 류승우의 근육경련으로 교체 투입되면서 1-1로 동점골을 내준 위기의 한국팀을 구했다. 류승우가 빠진 사이 실점한 한국은 자칫 분위기를 내줄 수 있었다. 하지만 황희찬은 부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신태용호를 구해냈다.
후반 44분 권창훈의 결승골은 황희찬이 밥상을 만들어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크 정면으로 파고들자 상대 수비수 두 명이 저지했고, 그 사이에서 공을 오른쪽의 김현한테 연결해주자, 김현이 골지역 오른쪽을 파고들던 이슬찬에게 배급했다. 이슬찬의 강력하고 낮은 크로스는 권창훈의 발에 걸리면서 카타르를 침몰시켰다.
5분이 주어진 후반 추가시간에는 더 큰 잠재력이 폭발했다. 중앙선 아래 왼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황희찬은 옆선을 타고 상대 진영 중앙까지 넘어갔고, 달려들던 수비수 두명 사이를 제치고 나온 뒤 벌칙구역 모서리 부근에서 다시 수비수 한 명을 제친다. 이어 열린 공간에서 본인이 직접 슈팅을 할 수 있었지만, 골 지역 오른쪽에 포진하고 있던 문창진에게 공을 넘겼다. 문창진은 속임 동작으로 수비수를 무력화시킨 뒤 쐐기골을 터뜨렸다. 이영표 해설위원은 “황희찬이 거의 70m를 질주해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고 했는데, 최소한 60m 이상은 질주한 것으로 보인다.
결승골과 쐐기골에 관여한 황희찬은 경기 뒤 “처음 투입됐을 때는 발목이 아팠다. 그러나 이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뛰다보니 아픈줄도 몰랐다”고 했다. 이기겠다는 집념이 워낙 강해 고통도 떨친 것이다.
황희찬의 선굵은 플레이는 전혀 골이 나올 수 없는 각도에서 골을 터뜨리는 득점기계 루이스 수아레스(바르셀로나)를 연상시킨다. 근육질이지만 공을 다루는 터치 감각이 뛰어나고, 최적의 공격로를 개척하는 시야도 발군이다. 공을 간수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그런데 다른 점은 골 욕심을 내지 않고, 가장 좋은 위치의 동료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는 이타심이다. 가장 어려운 경기의 하나였던 조별리그 우즈베키스탄과의 1차전에서도 황희찬은 페널티킥 유도와 도움주기로 귀중한 첫승을 이끌었다.
황희찬은 이날 20분 안팎을 뛰었지만 가장 영양가 있는 활약을 펼쳤다. 신태용 감독은 경기 뒤 “황희찬과 문창진에게 큰 경기에서는 미치는 선수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조별리그 3경기와 8강전까지 골을 하나도 기록하지 못한 공격수 황희찬. 그러나 승리에 미친 그가 없었다면 신태용 감독도 정말 아찔했을 것이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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