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못지 않게 부패와 추문 등으로 숱한 비판을 들었던 ‘블라터 체제’가 끝난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26일(현지시각) 스위스 취리히의 피파 본부에서 209개 회원국 대표가 참가하는 임시총회를 열고 새 회장을 선출한다. 1998년 회장 취임 이래 절대권력을 행사해온 제프 블라터 회장의 18년 권좌도 끝나고, 개혁 드라이브가 강하게 걸린 새 집행부가 출범하게 된다. 새 회장 후보로는 유럽축구연맹(UEFA) 사무총장인 지아니 인판티노(46)와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인 셰이크 살만 빈 에브라힘 알 칼리파(50)가 양강으로 꼽힌다. 제롬 샹파뉴(58), 알리 빈 알 후세인(40), 토쿄 세콸레(63)도 막판 득표전에 가세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피파 마피아’라는 블라터 시대의 이미지를 청산하고 세계 축구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계기가 돼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피파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스포츠 단체이지만, 내부 비밀주의와 불투명한 회계, 밀실담합과 부패 등으로 권위를 실추했다. 노욕을 드러낸 5선 블라터 회장과 유력한 대권후보였던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 회장도 6년 자격정지라는 ‘사형선고’를 받았다. 지난해 5월부터 피파 집행위원들이 현행범처럼 스위스 경찰에 체포되고 미국 법정에 회부되는 것은 국제적으로도 피파에 대한 개혁 압박이 최고조로 달했음을 보여준다. 새로운 회장의 권력도 과거보다 훨씬 축소되고, 행정 투명성과 회원국의 발언권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피파는 이번 총회를 통해 그동안 부패의 온상으로 지목된 25인 집행위원회를 폐지하고, 선거에 의해 뽑은 36명의 협의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입후보한 후보들도 일단 득표전을 위해 각종 선심 공약을 내세우고 있지만, 피파 안팎에서 이뤄지는 근본적인 개혁 요구를 외면할 수 없다.
현재 외신은 유럽축구연맹(53표)과 남미축구연맹(10표)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인판티노와 아시아축구연맹(46개국)지역에 표를 다수 확보한 알 칼리파의 강세를 예상한다. 대륙 가운데 최대표를 자랑하는 아프리카축구연맹(54표)의 표가 어느 쪽으로 갈리지도 주목된다. 애초 칼리파가 아프리카 쪽을 공략했으나, 인판티노가 막판 기세를 몰아 지지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35표)이나 오세아니아축구연맹(11표)의 표도 양 후보를 중심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1차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2차 투표에서는 다수 득표자가 회장에 당선된다.
한편 국제축구연맹이 회장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에게 ‘회장선출 뒤 인터뷰 모범 답안’을 전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에이피> 통신은 회장 선거를 앞두고 피파가 5명의 후보자들에게 회장으로 선출된 뒤 받을 예상 질문과 답변을 전달했다고 24일 보도했다. 부패 스캔들, 선거 과정의 공정성 등에 대해서 질문이 들어오면, “선거는 깨끗했다” “탈락한 후보들이 나를 응원할 것이다” “유권자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식으로 답하도록 제시했다. 인판티노 후보는 “피파가 후보자들의 발언에 개입하려 한다. 저항하겠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그래픽 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