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니 인판티노.
2차 투표서 115표로 칼리파 꺾어
피파 이미지와 건강성 회복 과제
집행위 폐지되고 36인 협의회 설치
피파 고위직 연봉공개도 의무화
피파 이미지와 건강성 회복 과제
집행위 폐지되고 36인 협의회 설치
피파 고위직 연봉공개도 의무화
46살의 젊은 잔니 인판티노가 ‘세계 축구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80살의 전직 제프 블라터 회장에 비하면 30년 이상 젊은 나이다. 외신은 새 회장 앞에 피파 개혁의 과제가 산적하다고 지적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사무총장인 변호사 출신의 인판티노가 27일(한국시각) 스위스 취리히의 할렌슈타디온에서 열린 ‘2016 국제축구연맹(FIFA) 특별총회’에서 9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인판티노는 징계를 받아 불참한 쿠웨이트와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207개 회원국 1차 투표에서 88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고, 2차 투표에서 115표를 얻어 경쟁자인 셰이크 살만 빈 에브라힘 알 칼리파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을 따돌렸다. 칼리파 회장은 1차 투표에서 85표, 2차 투표에서는 88표에 그쳤다. 알리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는 2차 투표에서 4표, 제롬 샹파뉴 전 프랑스 외교관은 0표에 그쳤다. 인판티노는 1차 투표에서 출석 회원국의 3분의2 찬성을 받아야하는 조건은 채우지 못했지만, 2차 투표에서 과반수 이상을 득표해 피파 회장에 올랐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토쿄 세콸레 후보는 1차 투표 전에 사퇴했다.
인판티노 새 회장은 전임 블라터 회장처럼 스위스인이며 고향도 가깝다. 또 블라터 회장처럼 영어·프랑스어·독일어·스페인어 등 다양한 언어를 구사한다. 이번 피파 회장 선거를 앞둔 유세에서 이런 언어 능력도 큰 도움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오랜 기간 유럽축구연맹에서 행정 실무를 익힌 인판티노는 유럽축구연맹 사무총장 재임 때 유럽 축구클럽의 재정적 안정을 꾀하는 ‘재정적 페어 플레이’ 프로젝트를 주관했고, 유럽축구대회 참가국 수를 16개에서 24개로 늘리는 등 변화에 주도적으로 개입했다.
이번 선거에서도 회원국의 마음을 끄는 과감한 공약으로 표를 끌어 모았다. 인판티노는 일단 2026년까지 월드컵 본선 참가국을 현재의 32개국에서 40개국으로 늘리고, 비슷한 지역의 국가들이 뭉쳐서 월드컵을 공동개최하는 방안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209개 피파 회원국에게 4년간 500만달러를 지원하고, 6개 대륙별 연맹에는 4천만달러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날 총회 재정상황 보고에서도 드러났듯이 지난해부터 시작된 블라터 체제의 부패 이미지로 일부 후원사가 탈퇴하는 등 수입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축구의 위상을 회복해야 한다”고 밝힌 인판티노 회장은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인 축구의 건강성과 무너진 이미지를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그레그 다이크 잉글랜드축구협회 회장은 “회장직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개혁”이라고 강조한 이유다.
이날 피파 특별총회에서는 실제 피파 개혁을 위한 선제적인 조처들이 이뤄졌다. 일단 그간 피파 권력독점과 부패의 온상이라는 비판을 들었던 26인 집행위원회 체제는 해체됐고, 선거에 의해 뽑힌 36인 협의회를 도입하기로 총회 투표에서 결정했다. 36명 가운데는 6개 대륙에서 한명 이상씩 여성 대표를 의무적으로 넣어야 한다. 또 피파 회장을 비롯한 고위직의 연봉은 모두 공개하도록 했다. 회장의 임기도 3회까지만 중임할 수 있다. 블라터 회장이 5선까지 욕심을 내면서 무너진 것을 반면교사로 삼았다.
이날 투표에서 드러났듯이 인판티노 회장에 대한 회원국의 지지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과반을 조금 넘는 지지도는 전임 블라터 회장과 비교할 때 크게 차이가 난다. 또 인판티노 회장이 부패 추문에 연루돼 6년 자격정지를 받은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 회장의 이너그룹 출신이라는 것이 흠결이 될 수 있다. 인판티노는 지난해 10월 차기 회장 후보로 유력했던 플라티니 회장이 선거에 나오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이 되자 급하게 입후보를 결정했다. ‘구 체제’의 영향권에 있었다는 의심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은 것이다. 인판티노 회장은 “플라티니 회장의 지원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굳건한 생각을 갖고 있다. 믿어달라”고 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당선 기자회견에서 “가장 먼저 비서관을 임명할 것이다. 비서관엔 유럽 출신을 뽑지 않을 것이다. 지역 균형을 맞춰 업무를 수행하겠다”며 인사 탕평을 언급했다. 사실 역대 피파 회장 9명 중 유럽출신은 8명이고, 유일한 비유럽출신 회장이었던 브라질의 주앙 아발란제도 유럽이 뿌리다. 인판티노 회장은 “축구를 다시 세상의 중심으로 옮겨 놓을 수 있도록 피파 회원국들과 함께 새로운 시대를 이룩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사진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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