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니 인판티노 유럽축구연맹 사무총장. 사진 취리히/AFP 연합뉴스
2차 투표서 115표로 칼리파 꺾어
재정 투명성 회복 등 과제로
집행위 폐지뒤 36인 협의회 설치
한국 대표 포함되도록 전략 필요
재정 투명성 회복 등 과제로
집행위 폐지뒤 36인 협의회 설치
한국 대표 포함되도록 전략 필요
국제축구연맹(FIFA)이 ‘블라터 체제’를 청산하면서 개혁 과제를 떠안았다. 스위스 출신의 잔니 인판티노(46) 유럽축구연맹 사무총장은 27일(한국시각) 취리히에서 열린 2016 피파 특별총회에 참가한 207개 회원국의 2차 투표에서 115표를 얻어 경쟁자인 셰이크 살만 빈 이브라힘 알 칼리파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88표)을 따돌리고 9대 회장에 올랐다.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 회장이 징계를 받으면서 대타로 나섰던 인판티노 회장은 당선 뒤 “플라티니 회장에게 고맙다. 하지만 나는 굳은 의지를 갖고 있다”며 개혁 작업에 박차를 가할 뜻을 비쳤다.
피파의 개혁 요구는 시대적 과제다. 5선의 블라터 회장 재임기(1998~2016년) 피파는 재정적으로 세계 최고의 부자 스포츠연맹이 됐고, 월드컵 참가국도 24개에서 32개국으로 확대되는 등 급팽창했다. 하지만 내부 비밀주의와 불투명한 회계 등 문제를 드러냈고, 귀족화된 집행위원회는 월드컵 개최지 선정이나 스폰서 계약, 티켓 배분에서 매표나 부당이득을 의심케 하는 행동으로 지탄을 받았다. 급기야 지난해 5월 스위스와 미국의 사법당국이 공조해 현행 집행위원 등 고위직 인사를 체포하고, 블라터 회장을 압박하는 외력에 의해 새로운 변화의 길을 택했다.
인판티노 회장의 등장과 함께 바뀔 피파의 제도 변화는 권력 독점의 해체, 의사결정 민주주의, 재정 투명성 등에 쏠린다. 피파는 특별총회에서 회장과 부회장, 위원으로 구성된 집행위원회(현재 24명)를 폐지하고 회원국 선거로 뽑힌 36명의 협의회를 두기로 했다. 또 회장과 사무총장, 협의회 의원 등 고위직의 연봉을 공개하기로 했다. 외신은 “인판티노 회장의 연봉도 블라터 회장에 비해 대폭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연 2회 정도 회의에 참가해 기본급만으로 14만4000파운드(2억원)를 챙기고 추가적으로 거마비도 챙겼던 집행위원들의 시대도 끝났다. 피파는 또 36인 협의회에 대륙별로 최소 1명씩 여성을 참여시키도록 했다. 협의회는 전략적인 사안을 담당한다.
인판티노 회장은 선거 과정에서 회원국에 4년간 500만달러씩의 재정지원을 약속하면서 많은 표를 얻었다. 209개 회원국에 단순 대입해도 10억달러의 예산이 들어간다. 과거 피파가 돈을 쌓아두었다면, 들어온 돈은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회원국에 배분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인판티노 회장은 유럽축구연맹 사무총장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월드컵 세일즈에 나섰다. 그는 현행 32개국이 출전하는 월드컵을 40개로 확장할 계획이다. 또 스폰서 확대를 위한 영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피파의 변화기에 한국의 스포츠 외교력도 살아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집행위원회에는 아시아에서 일본, 말레이시아, 바레인, 쿠웨이트 인사가 들어가 있다. 36인 협의회에 들어갈 수 있는 인물을 내는 전략이 필요하다. 일단 여성에 대한 문호 확대가 명시된 만큼 국제 스포츠 인맥이 풍부한 임은주 전 강원FC 대표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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