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아시아최종예선에서 남한의 장슬기(13번)가 북한 이희종을 막아서고 있다. 오사카/연합뉴스
2016 리우올림픽 본선행 티켓 2장을 놓고 벌이는 아시아 여자축구 6개국의 싸움이 대혼전이다. 약체 베트남을 제외한 나머지 5개 국가들의 전력 구도는 절대 강자가 없는 형태다. 조그만 삐긋하면 탈락이지만, 바짝 신경을 쓰면 티켓을 딸 가능성도 높은 환경이다.
이런 전망은 29일 대회 첫날 나온 이변에서 비롯된다. 애초 대회 최강으로 꼽혔던 일본은 이날 첫 상대 호주와의 경기에서 1-3으로 졌다. 일본이 국제축구연맹 랭킹 4위이고 호주가 9위이지만 랭킹은 의미가 없었다. 전반 2-1로 앞섰던 호주는 후반 추가골로 완승을 거뒀다. 지난해 캐나다에서 열린 여자월드컵 8강전 패배도 설욕했다. 당시 일본은 결승까지 올랐던 아시아 최강팀이다.
앨런 스타이치크 호주 감독은 아시아축구연맹(AFC) 홈페이지에서 “내 기억으로는 일본에 와서 이긴 적이 없었다. 역사적인 사건이다. 1시간만 기뻐하고 다음 경기에 대비하겠다. 만족하면 우리는 탈락한다”고 말했다.
일본과 함께 양강으로 꼽혔던 북한도 이날 한국과 1-1로 비기면서 예전 북한 축구의 맹렬한 맛을 보여주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체격과 체력은 무난했지만 스피드나 패스 성공, 경기 운영 능력이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한국의 여자축구 선수들이 국내 프로리그와 국제대회를 경험하면서 성장한 것도 상대적으로 북한의 위력을 약화시킨 측면은 있다. 저력의 중국도 베트남을 2-0으로 완파하면서 순항하고 있다.
2일 저녁 예정된 한국과 일본, 중국과 북한의 대결은 초반 판도를 가를 분수령이다. 만약 세계 18위 한국이 일본을 꺾는다면 월드컵을 제패한 적이 있는 일본이 승점 0의 최하위가 된다. 비기더라도 승점 1에 불과해 마음이 조급해질 게 뻔하다. 한국은 이런 일본의 약점을 이용해 최대한 공을 간수하면서 결정타를 노려야 한다. 만약 한국이 일본을 이긴다면 올림픽 본선행 가능성은 크게 높아진다. 반면 일본은 한국전 뒤에 까다로운 상대인 중국, 북한과 만난다.
북한과 중국의 2일 맞대결도 예측불능이다. 지난해 동아시안컵에서는 북한이 일본과 중국, 한국을 꺾고 우승할 정도로 막강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세계 6위인 북한은 정점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한 때 침체했던 중국(17위)도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어 얕볼 수는 없다. 김대길 축구해설위원은 “일본이 자만심에 빠졌는지 부진하고 북한도 폐쇄적인 체제의 영향으로 국제흐름에 뒤쳐지고 선수층이 엷은 약점을 드러냈다. 한국은 현 대표팀의 뒤를 이을 어린 선수들이 충원되지 않아 미래는 불투명하다. 현재 대표 선수들이 가장 뛰어난 세대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에 올림픽 본선 출전을 노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여자축구가 점차 피지컬과 힘을 강조하는 추세다. 신체적으로 조건이 뛰어난 호주 선수들이 파괴력을 발휘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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