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널의 명장 아르센 벵거 감독도 기자들에게 발끈했다. 지난달 레알 마드리드의 골잡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기자회견 중 “원정골이 없다”는 지적에 발끈해 퇴장한 것을 연상시킨다.
벵거 감독은 9일(한국시간) 영국 킹스턴 어폰 헐의 KC스타디움에서 열린 헐시티와의 2015~2016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16강 재경기전 승리(4-0) 뒤 기자회견에서 버럭 화를 냈다. 기자들이 이날 경기장에서 일부 아스널팬들이 들고 있었던 ‘아르센 감독, 좋은 추억에 감사한다. 하지만 이제는 작별해야 할 때’라는 배너에 대해 물었기 때문이다. 벵거 감독은 “내가 몇번 말했듯이 기자회견이 정말 지루할 때가 있다. 이제 충분하다. 질문이 있으면 다른 사람한테 물어라. 하지만 그 질문을 내게 가져오지는 말라”고 쏘아붙였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벵거 감독은 “나를 실망시키는 것은 없다. 내 일을 잘하고 있고, 구단 역사에서 내가 한 것을 생각하면 두려워할 것도 없다. 항상 똑같은 이야기를 들고 오니 말하고 싶지 않다. 나보다 축구협회컵 우승을 더 많이 한 사람이 누가 있냐?”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벵거 감독의 신경이 예민해진 것은 정규리그 우승 전선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과 챔피언스리그 부진이 겹친 탓이다. 아스널은 현재 정규리그 1위 레스터시티에 승점 8점 차이로 뒤진 3위다.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는 안방에서 바르셀로나한테 0-2로 졌다. 다음주 바르셀로나 원정에서 이 점수차를 뒤집고 8강에 진출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1996년부터 팀을 맡아오면서 아스널의 내실을 다져온 명장이지만, 최근의 부진에 팬들의 신뢰는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
벵거 감독은 “평가는 시즌 뒤에 해도 된다. 왜 그렇게 사람들은 서두르는가. 우리는 포기한 것이 아무 것도 없다. 그런 것을 앞으로 보게 될 것이다. 우리 팀이 지금보다 더 나빴던 적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페어 메르테사커, 가브리엘 파울리스타, 애런 램지 등이 다쳐 전력 누수가 생겼고, 주전 골키퍼 페트르 체흐의 상태도 안좋아 주말 정규리그와 다음주 챔피언스리그는 벵거 감독한테 큰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사진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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