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마지막 바퀴라고 했는데, 지금은 막바지에 왔다. 우리 말들이 어떻게 뛰는지 보겠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돌풍의 팀 레스터시티를 지휘하고 있는 클라우디오 라니에리(65) 감독이 19일(현지시각) 원정에서 크리스털 팰리스를 제압한(1-0) 뒤 기자회견에서 팀의 선두권 행진을 경마에 비유했다. 그는 “이제 말들이 마지막 코스에 접어들었다”며 그동안의 조심스런 발언에서 좀더 적극적으로 우승을 향한 열망을 드러냈다. 승점 66으로 2위 토트넘(61점)을 5점 차이로 앞선 레스터시티는 앞으로 남은 7경기 가운데 6경기를 이기면 자력 우승한다. 올 시즌 중하위권으로 평가받던 팀이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리그 우승컵을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 3위 아스널(55점), 4위 맨체스터시티(51점)는 한참 거리를 두고 있어 레스터시티와 토트넘이 정상을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토트넘이 막바지 경쟁에서 부진하면 레스터시티의 우승은 더 쉬워진다.
2주간의 A매치 휴식기로 고향 로마에서 휴식을 취할 라니에리는 휴가 기간에도 리그 우승을 위한 고민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전망은 레스터시티에 나쁘지 않다. 4월3일 사우샘프턴전을 비롯해 웨스트햄(17일), 스완지시티와(24일)의 경기가 홈에서 잡혀 있다. 4월10일 선덜랜드 원정경기가 있지만 네 경기 가운데 안방 경기가 셋이나 돼 유리하다. 5월 마지막 세 경기는 5월1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원정, 7일 에버튼과의 홈 경기, 15일 첼시 원정으로 돼 있다. 마지막까지 안심할 수 없는 상대와 맞서게 된다.
하지만 첼시, 유벤투스, AS 로마, 인터밀란, AS모나코 등을 거친 라니에리 감독은 차분함을 유지하고 있다. 시즌 전 3년 계약을 한 그는 “레스터시티에서 은퇴하겠다”며 높은 팀 충성도를 보였다. 이런 기운은 선수들한테도 전해져 강고한 조직력으로 바뀌고 있다. 최근 3경기를 연속해 1-0으로 이긴 것은 수비 조직력을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엿보게 한다. <가디언>은 실점하지 않고 이긴 것을 두고 서로를 칭찬하며 높게 평가하는 레스터 선수들의 모습을 전했다. 19일 경기 뒤에는 원정응원을 온 팬들이 스탠드에 남아 “우리는 리그 우승으로 간다”고 목청껏 외쳤다고 한다.
한 때 그를 내쳤던 첼시는 중위권에서 헤매고 있고, 라니에리 감독은 레스터시티 돌풍으로 이탈리아 감독 사령탑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지도력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라니에리 감독이 우승마를 배출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사진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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