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협이 24일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G조 레바논과의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3분 결승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안산/연합뉴스
월드컵 축구, 레바논에 짜릿한 1-0 승
추가시간 결승골…7경기 무실점 승리
주장 기성용 기막힌 도움주기 더 빛나
슈틸리케 “공격하는 팀의 정당한 승리”
추가시간 결승골…7경기 무실점 승리
주장 기성용 기막힌 도움주기 더 빛나
슈틸리케 “공격하는 팀의 정당한 승리”
추가시간 3분에 터진 이정협의 골이 통렬했다. 밀집 수비를 한번에 무너뜨리는 정밀 슛. 그러나 밥상을 차려준 기성용의 질풍 같은 질주가 더 빛났다. 3만여 관중은 막힌 가슴이 뻥 뚫린 듯 환호를 터뜨렸다. 슈틸리케 감독도 주먹을 불끈 쥐고 만세를 불렀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24일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린 레바논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G조 7차전에서 이정협의 추가시간 3분 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대표팀은 역대 A매치 7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이미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한 대표팀은 G조 선두(7승·승점 21). 레바논은 승점 10에 머물러 3위다. 그러나 레바논은 29일 안방에서 미얀마와의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있어, 미얀마를 이기면 징계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쿠웨이트(승점 10)를 따돌리고 조 2위까지 주어지는 최종예선 티켓을 챙길 수 있다.
비기기만 해도 조 2위를 확보하는 레바논은 초반부터 강력한 수비 전술을 폈다. 슈틸리케 감독은 최전방에 황의조를 선발 출전시켰고, 그 아래 이청용, 구자철, 기성용, 이재성 등 네 명의 미드필더를 배치하는 4-1-4-1 전형으로 나섰다. 공격에 중점을 둔 전술로 미드필드의 압박을 통해 밀집수비를 뚫기 위한 것이다. 공 점유율은 한국의 7 대 3 우세였다. 그러나 워낙 촘촘하게 박혀 있는 레바논의 수비벽을 붕괴시키기는 쉽지 않았다. 좌우 풀백인 김진수와 장현수가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해 매끈한 크로스를 만들어냈지만, 상대와 겹친 바람에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황의조가 전반 34분 골지역 정면에서 오른발 발리슛으로 때린 공은 골키퍼의 손에 걸렸고, 종으로 연결된 직선패스도 우리 선수의 발끝에 걸리지 않았다.
후반 들어서 슈틸리케 감독은 압박을 더 강화했다. 측면의 수비수를 끌어올려 레바논 진영을 흔들려고 했다. 후반 19분 왼쪽 측면을 파고든 이청용이 띄운 공을 골키퍼가 쳐내자, 구자철이 받아내 황의조한테 연결해 슈팅까지 이어졌지만 공은 골대 밖으로 살짝 흘렀다. 아쉬움을 삼킨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25분 황의조 대신 이정협을 투입했고, 후반 32분에는 구자철 대신 남태희, 후반 38분에는 이재성을 빼고 석현준을 투입하는 등 자원을 총가동했다.
결국 정규 90분이 끝나고 주어진 추가시간 3분에 극적인 골이 터졌다. 주장 기성용이 벌칙구역 안 왼쪽을 단독으로 파고든 뒤, 중앙 쪽의 이정협 쪽으로 밀었다. 이정협은 넘어지며 정확하게 오른발을 갖다 대 철통같았던 레바논의 골문을 무너뜨렸다. 이정협이 잘 찼지만, 기회를 만들어준 기성용의 활약이 더 큰 칭찬을 받을 만했다. 일방적인 공세로 대표팀의 골키퍼 김진현은 이날 크게 할 일은 없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오늘 공격하는 팀은 한 팀밖에 없었다. 우리는 정당한 승리를 거뒀다”고 말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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