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경기도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성남과 전남의 경기에서 성남 선수들이 세월호 2주기를 앞두고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단 채 경기에 임하고 있다. 연합뉴스
등번호 254번. 평생 처음 차보는 공이지만 어머니는 힘껏 찼다. 공은 멀리 나가지 않았지만 관중은 뜨거운 박수로 응원을 보냈다. ‘우리들 마음도 영원히 아이들과 함께한다’는 듯이….
13일 경기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6 K리그 클래식 성남FC와 전남 드래곤즈의 경기는 0-0 무승부로 끝났지만 팬들은 적잖은 감동을 안고 경기장을 떠났다. 16일 세월호 2주기를 앞두고 희생된 아이들을 위해 경기 전 추모행사를 열었고, 묵념도 했다. 성남의 상징물인 비상하는 까치 조형물에도 대형 노란 리본이 걸렸다. 경기 시작 뒤에는 요란한 응원 대신 2분간 침묵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안산 단원고 2학년 5반 4번인 아들 김건우를 의미하는 번호를 단 유니폼을 입고 시축을 한 김미나씨. 그는 경기 뒤 “축구는 한·일전 말고는 본 적이 없다. 그래도 우리 아이들을 기억해준다면 어디든 달려간다는 심정으로 왔다. 하늘에 간 아들이 엄마에게 준 선물”이라며 눈시울을 적셨다. 그는 또 “등번호에는 다른 의미가 있다. 250명의 단원고 아이들과 아직도 수습되지 않은 4명의 학생을 합쳐 기억하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성남FC 선수들은 왼쪽 가슴 위로 노란 리본을 새긴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성남의 국가대표 공격수 황의조는 최전방을 총알처럼 파고들며 몇 차례 골 기회를 엿봤다. 후반 들어 시도한 기습 슛이 골대 왼쪽 기둥을 맞고 나와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골은 터지지 않았지만 성남 구단은 축구장이 즐거움만이 아니라 공동체의 슬픔을 나누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성남은 3승2무, 전남은 3무2패.
광주 경기에서는 막강 공격력을 뽐내는 FC서울이 박주영과 아드리아노의 연속골로 광주FC를 2-1로 꺾었다. 서울은 1패 뒤 4연승 돌풍으로 1위로 뛰어올랐다. 훨씬 가벼워진 몸놀림을 보인 박주영은 전반 18분 아크 근처에서 침착한 선제골로 날카로움을 과시했다. 전주 경기에서는 호화 진용의 전북 현대가 이동국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해 인천 유나이티드와 1-1로 비겼다. 2승3무가 된 전북은 무패 행진을 이어갔으나 경기 종료 직전 동점골을 허용해 찜찜한 뒷맛을 남겼다. 개막 뒤 4연패 늪에 빠져 있던 인천은 후반 45분 송시우가 역습 상황에 벌칙구역 정면에서 때린 중거리슛으로 자존심을 살렸다.
수원 경기에서는 수원 삼성이 포항 스틸러스와 1-1로 비겼다. 수원은 전반 26분 포항의 공격수 양동현에게 골을 내줬으나, 10분 뒤 미드필더 권창훈의 만회골로 체면을 세웠다. 수원은 이날 슈팅 수에서 20-9로 앞섰지만 결정력이 부족했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홈경기라 이겼어야 됐다. 전반에 슈팅을 많이 때렸는데도 비겼다. 최전방 선수들의 골이 터져야 한다”고 말했다.
성남/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13일 전적광주FC 1-2 FC서울
수원 삼성 1-1 포항 스틸러스
전북 현대 1-1 인천 유나이티드
성남FC 0-0 전남 드래곤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