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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 확률 깬 기적…축구는 돈이 아니다

등록 2016-05-03 18:45수정 2016-05-03 21:59

영국 프리미어리그 레스터시티 팬들이 3일(한국시각) 첼시와 토트넘의 경기로 우승을 확정지은 뒤 레스터시티의 한 호프집에 모여 환호하고 있다. 레스터시티가 리그 정상에 오른 건 클럽 역사상 처음이다.  레스터시티/EPA 연합뉴스
영국 프리미어리그 레스터시티 팬들이 3일(한국시각) 첼시와 토트넘의 경기로 우승을 확정지은 뒤 레스터시티의 한 호프집에 모여 환호하고 있다. 레스터시티가 리그 정상에 오른 건 클럽 역사상 처음이다. 레스터시티/EPA 연합뉴스
레스터시티 EPL 제패

1884년 창단 올시즌 1부리그 급상승
지난해에는 강등 위기까지 몰려
몸값 맨시티 10분의 1, 첼시 6분의 1

8부리그·길거리축구 출신 팀워크에
라니에리 감독 실용적 용병술 진가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프로축구는 돈일까, 이름값일까, 아니면 또다른 무엇일까?

2부에서 승격한 지 2년째, 그것도 첫 시즌 강등권에서 극적으로 탈출한 레스터시티가 2015~2016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제패했다. 3일(한국시각) 2위 토트넘이 첼시와의 경기에서 무승부(2-2)를 기록해, 레스터시티는 남은 2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우승을 확정했다.

‘여우 군단’ 레스터시티가 베팅회사의 우승 예측 확률 0.02%를 깨고 정상에 오른 것은 축구계의 오랜 상식을 통째로 뒤엎는다. 통상 구단의 지원과 성적은 비례하는 것으로 돼 있다.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팬들의 머릿속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아스널, 첼시, 맨체스터 시티(맨시티) 등이 강팀으로 각인돼 있는데, 실제 프리미어리그 우승팀 통계와 일치한다. 이 팀들은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해 우승 경쟁을 벌이는 고비용 팀들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1884년 창단해 처음으로 1부 리그를 정복한 레스터시티는 달랐다. 영국의 <비비시>는 레스터시티가 베스트 11을 구성하기 위해 들인 이적료 2200만파운드는 맨시티가 베스트 11을 꾸리기 위해 지출한 2억8100만파운드의 10분의 1이라고 지적했다. 단순 계산을 하면 레스터시티 선수 한 명의 몸값이 영입 당시 200만파운드(33억원)이고, 맨시티는 2500만파운드(420억원)가 된다. 그러나 레스터시티는 시즌 1위를 확정했고, 맨시티는 4위다. 벤치에 앉는 선수까지 포함해 17명에게 들인 이적료 규모도 레스터시티(5060만파운드)는 또 다른 명가 첼시(2억9200만파운드)의 6분의 1이다. 훨씬 많은 돈을 쓴 첼시의 성적은 9위에 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축구의 의외성을 꼽는다. 서현옥 전 호남대 교수는 “프로의 성적은 돈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하지만 축구는 2가 8을 이길 때가 있다. 손으로 하지 않고 발로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축구는 혼자서 하는 게 아니다. 스타 플레이어 한두 명이 잘한다고 우승할 수도 없다. 축구는 11명, 아니 17명이 하나가 돼야 하는 팀의 경기”라고 했다.

레스터시티는 철저하게 수비를 튼튼히 한 뒤 역습을 하는 팀이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수비 지역이나 중원에서 공을 잡게 되면 2~3번의 약속된 플레이로 기습을 한다. 유효슈팅 비율이 높은 것도 특징”이라고 했다. 프리미어리그 11경기 연속골 기록을 세운 득점 3위(22골)의 제임스 바디나, 공격로를 열어주며 도움주기 11개(17골)를 기록한 리야드 마흐레즈, 중원 길목을 지키며 공을 잡아채는 은골로 캉테는 레스터 돌풍의 핵이다. 수비 중심을 잡아주는 로베르트 후트나 웨스 모건은 앨릭스 퍼거슨 전 맨유 감독도 칭찬하는 철벽이다.

하부 리그에서 전전하다 잉글랜드 축구기자가 뽑은 올해의 선수에 오른 바디(29), 길거리 축구 선수 출신으로 2014년 40만파운드의 이적료로 합류한 마흐레즈(25), 올해 처음 프랑스 대표팀에까지 승선한 캉테(25)는 어떻게 불꽃을 태울 수 있었을까? 하재훈 프로축구연맹 감독관은 “결국은 감독의 지도력을 평가할 수밖에 없다. 없는 자원을 탓하기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색깔로 만들어내는 것이 감독의 능력이다. K리그에서도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라고 했다.

 레스터시티의 공격수 제이미 바디(앞줄 오른쪽)가 자신의 집에서 동료들과 함께 우승을 자축하고 있다.  레스터시티 누리집 갈무리/연합뉴스
레스터시티의 공격수 제이미 바디(앞줄 오른쪽)가 자신의 집에서 동료들과 함께 우승을 자축하고 있다. 레스터시티 누리집 갈무리/연합뉴스
지난해 7월 부임한 이탈리아 출신 클라우디오 라니에리(65) 감독은 첼시와 유벤투스 등 명문팀을 맡았지만 중도에 경질되는 등 유약한 이미지였다. 하지만 약팀을 강팀으로 조련하면서 그의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라니에리 감독은 “나는 실용주의적이다. 매 경기 이기고 싶었고 매주 거듭될수록 선수들이 발전하기를 원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점유율보다는 속도를, 화려함보다는 간결함을 요구하는 실속축구에 더해 선수단을 승리에 몰입시키도록 만든 용병술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레스터시티에서 뛰었던 잉글랜드의 전설적인 공격수 게리 리네커는 “7살 때부터 시즌 티켓으로 경기를 봐왔다. 내 생애 가장 큰 충격적인 스포츠 사건”이라고 감격했다. 타이인 거상이 소유한 레스터시티는 돈이 없는 구단은 아니지만,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등을 챙기면서 중계권 등 1억5000만파운드의 짭짤한 소득도 챙기게 됐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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