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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내고 소리쳐줘 든든한 막내

등록 2016-05-09 18:51수정 2016-05-09 20:37

성남FC의 새내기 골키퍼 김동준이 4월2일 탄천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포항과의 경기에서 공을 잡은 뒤 공격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성남FC의 새내기 골키퍼 김동준이 4월2일 탄천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포항과의 경기에서 공을 잡은 뒤 공격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통통 스타]
성남FC 새내기 골키퍼 김동준

쓱, 한번 째려보면 아찔하다. 그 냉랭한 기운에 주변은 얼어붙는 것 같다. 막내는 주저하지 않는다. 집중하지 않고 실수하면 소리도 지른다. 화도 낸다. 선배들은 그라운드에만 들어오면 넘치는 그의 독기나 당돌함이 낯설다. 하지만 전혀 밉지가 않다. 든든한 수문장은 뛰는 선수들에게 플러스알파의 힘을 불어넣는 근원이기 때문이다.

경기당 0.89골 실점으로 실질적 1위
무실점도 4경기나…성남 3위 견인
집중력·평정심 뛰어나 별명 ‘애어른’
“배짱·힘 갖춘 국가대표 수문장이 꿈”

22살의 프로 새내기인 김동준 성남FC 골키퍼가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의 주목받는 선수로 떴다. 9일 현재 경기당 0.89골 실점으로 1점대 이하를 보여주고 있다. 무실점 경기도 4번으로 가장 많다. 데뷔 첫 시즌에 전 경기에 나서, 날고 기는 프로선수를 상대로 경기당 1골 미만을 내주는 것은 매우 특별하다. 8경기 이상에 출전한 골키퍼 가운데 권순태(전북·1.11골), 김용대(울산·1골), 신화용(포항·1골) 등 프로 간판 문지기를 따돌렸다. 올 시즌엔 프로축구연맹이 경기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여러 장치를 했다. 부상으로 드러눕거나 스로인 때 시간을 오래 끌면 경고를 준다. 예비 공도 6개에서 11개로 늘렸다. 9경기가 치러진 현재 전체 골 수(145골)는 지난해(128골)보다 크게 늘었다. 골키퍼의 할 일이 많아졌다. 하재훈 프로축구연맹 감독관은 “프로에서 처음부터 주전을 꿰차기도 힘들지만, 주전으로 나서도 실력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두루두루 다 갖춘 선수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동준은 1월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 23살 이하 축구대회를 통해 고정팬을 확보한 기대주다. 189㎝, 85㎏의 당당한 체형과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카리스마, 확실하게 공을 움켜쥐는 집념, 반사신경과 제공권 능력이 돋보인다. 빌드업과 다이빙캐치를 할 때 쭉 뻗어가는 힘이 좋다고 자신하기도 한다. 하지만 당시 일본과의 결승전 후반 21분 아사노 다쿠마에게 골을 내준 것을 비롯해 15분 사이에 3실점을 한 것은 상처로 남아 있다. 축구 전문가들은 “첫 실점 상황에서 김동준이 골문에서 기다렸다면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김동준은 “나의 실수다. 아사노가 치고 들어올 때 기다렸어야 했다. 그런데 그때는 아사노만 보였고, 함께 뛰어오며 각을 좁혀주는 우리 수비수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실 김동준은 몰입을 할 줄 아는 선수다. 그는 “책을 읽거나 일에 열중할 때는 누가 옆에 와도 전혀 모른다. 운동할 때도 마찬가지다. 열심히 하는 것보다는 짧은 시간 집중해서 한다”고 했다. 선배들한테도 거침없이 승부욕과 집중력을 강조하는 것은 몸에 밴 습관 때문이다. 그런 선 굵은 모습은 팬들을 위한 서비스가 아니다. 골키퍼는 민감한 포지션이어서 아무리 잘하는 선수라도 관중을 의식하거나 쇼맨십이 나오면 한순간 실수를 하게 된다. 김동준은 “그런 것은 걱정 마라. 내 별명이 어려서부터 애어른이다. 주변 사람들은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온다는 얘기를 한다. 많은 관중 앞에서도 냉정하게 경기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준의 꿈은 역시 대표팀 수문장이다. 신세대답게 욕심을 감추지 않는다. 능력도 입증하고 있다. 성남은 박준혁의 군 입대, 전상욱의 병가로 골키퍼 공백이 생겼지만 김동준의 선방으로 리그 3위를 달리고 있다. 신태용 올림픽팀 감독도 프로에서 실전 경험을 쌓고 있는 김동준에게 강한 신뢰를 보이고 있다. 박영수 19살 이하 대표팀 골키퍼 코치는 “만약 김동준이 올림픽 경기에서 잘한다면 바로 대표팀에 승선할 수 있다.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 올림픽 무대는 또 다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큰 무대이기 때문에 엄청난 경험과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현재 대표팀에서는 순발력이 뛰어난 김승규(빗셀 고베), 빌드업 능력이 탁월한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등이 주축이다.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은 골키퍼부터 공격이 시작된다며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고 있어 김동준은 자격은 갖춘 셈이다.

김동준은 욕심이 많다. 스스로에 대한 평점도 40점으로 박하게 매긴다. 대학 3학년을 마치고 프로에 입단한 그는 언젠가는 꼭 학교로 돌아가 졸업장도 따겠다고 했다. 그러나 목표는 세계 최고의 골키퍼. 그는 “나의 롤모델은 바이에른 뮌헨의 마누엘 노이어다. 하지만 좋아하는 골키퍼는 맨체스터 시티의 조 하트다. 노이어의 배짱과 하트의 탄력을 갖춘 최고의 골키퍼가 되고 싶다”고 했다.

성남/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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