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금 기자의 무회전 킥
영국의 <비비시>가 10일(한국시각) 보도한 중국 축구 특집을 보면 변화가 실감난다. ‘중국 축구는 슈퍼파워가 될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는 초등학교 정식 교과목으로 채택된 축구가 펼쳐지는 영상이 나오는 등 정부 차원의 축구발전 장기 구상이 차곡차곡 진행되는 것이 확인된다.
광저우 헝다 구단이 설립한 축구학교에는 운동장만 50개로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학생들은 2800명으로 이 중 여학생은 20% 정도로 채워지도록 했다. 2017년까지 2만개, 2025년까지는 5만개의 축구전문학교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2020년까지 6살 이하 어린이 1억명이 매일 축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장차 축구 시장의 규모도 5000억파운드(845조원)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2030년까지 월드컵을 개최한 뒤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것이 최종 도달점이다.
중국에서 3년째 프로팀을 이끌고 있는 스벤 고란 에릭손 상하이 상강 감독은 “못 할 것도 없다. 15년에서 20년이 지나면 세계 챔피언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표팀의 수원지인 프로의 질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장쑤 쑤닝의 하미리스나 알렉스 테이셰이라는 유럽 명문클럽에서도 탐내는 선수지만 중국에서 뛴다. 한국 대표팀 장현수와 김영권은 각각 광저우 푸리, 광저우 헝다의 고액 연봉자다. 16개 1부(슈퍼리그) 감독 가운데 10여명이 외국인 감독인데, 이장수(창춘)를 비롯해 홍명보(항저우), 장외룡(충칭), 박태하(연변) 감독이 진출해 있다. 양과 질적인 축구 시장의 팽창은 축구를 좋아하는 시진핑 주석과 코드를 맞추고자 하는 기업인들의 전폭적인 투자에서 이뤄진다. <시엔엔>은 “시 주석이 말하면 다 된다”고 전했다.
중국의 축구 시장 팽창은 한국에 기회다. 이란 건설 특수가 있다면, 중국 축구 특수가 열렸다. 더욱이 축구는 무형의 지식산업 특징이 강하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우수 지도자들이 전략적으로 중국 진출을 생각해봐야 한다. K리그 은퇴 선수들도 지도자나 강사 자격증을 따 중국 축구 시장에 도전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경기장 디자인이나 인조잔디 시설, 구단 경영이나 축구 프로그램 설계 용역까지도 한국이 노하우를 갖고 있는 영역이다. 당장 초등학교 교과로 등장한 축구 지도자 연수를 유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남해, 강진, 목포 등 축구장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지자체가 자체의 시설과 공간, 인력을 활용해 연수 등을 유치하면 한류 문화상품을 팔 수가 있다.
중국은 그동안 독일과 스페인 등 유럽에 연수단을 보내고, 이들 유럽 나라의 지도자나 유소년 육성 프로그램에 많이 의존해왔다. 하지만 가까운 한국 시장을 노크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송기룡 대한축구협회 홍보국장은 “프로연맹에서도 중국 시장을 겨냥해 유소년 축구 보급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또 축구협회도 지도자·강사의 인력풀을 확대하고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쉽도록 어학 코스를 개설하는 것 등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한국이 중국 축구팬들한테 강팀으로 인식돼 있는 것도 도움이 된다. 축구협회나 프로연맹, 프로구단, 지자체가 중국 축구 특수를 어떻게 활용할지 머리를 짜내야 할 때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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