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선수들이 29일(한국시각) 이탈리아 밀라노 산시로 경기장에서 열린 2015~2016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2년 만에 다시 만난 레알 마드리에 패한 뒤 허탈해하고 있다. 밀라노/EPA 연합뉴스
레알 마드리드 절반값 ‘잡초군단’
승부차기 2㎜ 빗나가 준우승 그쳐
1974·2014년 이은 불운에 눈물바다
시메오네 감독 “울지말라, 울지말라”
레알 우승해 지단 지도자로 우뚝
승부차기 2㎜ 빗나가 준우승 그쳐
1974·2014년 이은 불운에 눈물바다
시메오네 감독 “울지말라, 울지말라”
레알 우승해 지단 지도자로 우뚝
“울지 마라, 울지 마라.”
디에고 시메오네(46)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감독의 말에도 선수들은 멈출 수 없었다. 지기를 죽기보다 싫어하는 시메오네 감독의 심정도 참담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축구는 운명 같은 것이다. 오늘은 우리의 날이 아니었다”고 패배를 받아들였다. “축구를 할 때는 전사처럼 하라”고 배웠고, “완전하게 헌신하지 않으면 함께 갈 수 없다”며 선수들의 충성심을 100% 끌어낸 야전 사령관 시메오네. 하지만 ‘2의 저주’는 풀리지 않았다.
영국의 <가디언>은 29일(한국시각) 이탈리아 산시로 경기장에서 열린 2015~2016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레알 마드리드와의 결승전에서 연장 무승부(1-1) 뒤 승부차기 패배(3-5)를 당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숫자 2의 불운을 피하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창단 이후 처음 올랐던 1974년 챔피언스리그 바이에른 뮌헨과의 결승전에서는 연장 후반 선제골에도 막판 동점골을 허용해 이후 재경기 패배를 당했고, 2014년 레알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는 정규 92분께 역시 동점골을 내줘 연장에서 대패했다. 이번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다시 한번 레알 마드리드를 만나 후반 동점골을 터뜨렸지만, 연장 뒤 승부차기에서 후안프란이 골대를 맞히면서 눈물을 흘려야 했다. 후안프란은 이날 정규시간 후반 34분 야니크 카라스코의 골을 도왔지만 승부차기 네번째 키커로 나와 오른발 안쪽 중앙에서 약간 뒤쪽으로 공을 맞히면서 왼쪽 골대를 때렸다. <가디언>은 1974년과 2014년의 경기에서 막판 2분을 지키지 못해서 패배했고, 이번 승부차기에서는 2㎜의 차이로 분루를 삼켜야 했다고 썼다. 불같은 의지로 2년 만에 정상 재도전을 시도했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1903년 창단 뒤 세번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모두 준우승(1974년, 2014년, 2016년)에 그쳤다.
시메오네 감독은 경기 뒤 “준우승팀은 그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다”며 2등의 설움과 아쉬움을 드러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후안프란을 비롯해 최전방 공격수 페르난도 토레스가 눈물을 흘렸고, 정규시간 후반 초반 페널티킥 기회를 날려버린 앙투안 그리즈만도 고개를 떨궜다. 관중석의 팬들도 슬픔을 가누지 못했지만 분투한 선수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이날 경기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위해서라면 지구상 가장 비싼 선수라도 데려올 용의가 있는 호화군단 대 재력에서 크게 밀리는 잡초군단의 싸움이었다. 선수 몸값 정보를 제공하는 트란스퍼마르크트 사이트는 아틀레티코 선수단의 몸값 총계(2억7263만파운드)가 레알 마드리드의 몸값 총계(5억2335만파운드)의 절반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8250만파운드), 개러스 베일(6000만파운드), 카림 벤제마(4500만파운드), 토니 크로스(3750만파운드), 루카 모드리치(3750만파운드) 등 레알 마드리드 핵심 5명의 몸값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총계에 육박한다. 시메오네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0-1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페널티킥마저 놓쳤는데 동점을 만들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한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유럽의 언론들은 2년 전 준우승 때도 재도약을 약속해 지켰듯이, 시메오네 감독의 지휘를 받는다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다시 정상을 노크할 것으로 예측한다. 2011년 말부터 팀을 이끌어온 시메오네 감독은 “이제 집에 가 상처를 치유하는 일”이 남았다고 했는데 계약 기간은 2020년까지다.
시메오네의 비통함과 달리 올해 지휘봉을 잡은 지네딘 지단 레알 마드리드 감독은 통산 11번째 챔피언스리그 트로피 ‘빅 이어’(Big Ear)를 팀에 선물하면서 지도자로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레알 마드리드 선수와 감독으로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프랑스 출신 감독으로는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밟은 첫 지도자가 됐다. 승부차기 5번째 키커로 나선 대회 득점왕(16골) 호날두는 승리의 마침표를 찍은 뒤 유니폼을 찢어 벗은 뒤 그라운드에 대자로 누워 달콤한 순간을 만끽했다. 그는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를 자청했다. 넣을 자신이 있었다”며 스타성을 과시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우승으로 총 8500만유로(1100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렸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이 29일(한국시각) 이탈리아 밀라노 산시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2016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물리친 뒤 우승컵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밀라노/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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