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동부 생테티엔의 호텔 데라빌레 근처 계단에 표기된 유로 2016. 생테티엔/EPA 연합뉴스
속단은 이르다. 아직 시작도 안 했다. 그런데 자꾸 김새는 소리만 들린다. 개막을 이틀 앞둔 유로 2016 이야기다.
안팎으로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 개최국 프랑스에 악재가 줄 잇고 있어서다. 35년 만의 홍수로 파리가 물에 잠기더니, 철도·항공 노조의 총파업과 대규모 노동법 개정 반대 시위까지 바람 잘 날 없다. 유럽을 타깃으로 한 테러 위협도 한몫한다. 지난해 11월 파리 연쇄 테러 이후 프랑스 정부가 선포한 국가비상사태는 유로2016이 끝날 7월까지 연장됐다. 프랑스 정부는 1급 경계태세를 발동하고 안전 유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불안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모양새다. 미 국무부는 최근 “잠재적 테러의 표적이 될 수 있다”며 자국민들에게 “올여름 유럽 여행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프랑스 국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가장 큰 걱정은 역시 안전이다. 테러 위협과 더불어 훌리건들의 과격한 움직임도 경계 대상이다. 특히 지난달 21일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파리 생제르맹과 올랭피크 드 마르세유의 프랑스컵 마지막 경기에서 과열된 관중들이 폭죽을 사용하면서 경기장 내에 불이 붙는 사고가 난 바 있다. 일간지 <르몽드>는 “여느 때와 같은 완전한 실패로 돌아갔다”며 “안전조치가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스타드 드 프랑스는 10일 밤(현지시각) 프랑스와 루마니아의 개막전이 예정된 경기장이다.
정치적 시선도 편치 않다. 저명한 언론인 알랭 뒤아멜은 최근 <에르테엘>(RTL) 라디오 방송을 통해 “유로 2016을 성공적으로 마칠 경우 긍정적 정치효과는 미미하겠지만, 반대로 실패하면 부정적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분위기 전환점이 될 수는 있겠지만, 임기 8개월을 남겨두고 있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에는 별 보탬이 되지 않으리라는 예상이다.
테러위협·파업 와중 11일 개막
프랑스 한달간 1급 경계태세
긴장감 속에서도 축제 분위기
“분열·전쟁 겪는 유럽이 한곳에”
중계료 10억유로·입장권 5억유로
전세계가 시청하는 유럽판 월드컵
테러 경계 태세에 돌입한 프랑스 니스의 무장한 군인들. 니스/AFP 연합뉴스
그러나 주최 쪽은 자신만만하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다. 그는 5일 프랑스 축구대표팀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선수들을 독려했다. 이에 앞서 라디오 채널 <프랑스 앵테르>를 통해 “우리는 특별한 유로 2016을 보게 될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그는 “국가주의의 부활, 국경에서의 위협, 분열과 심지어 전쟁으로 유럽 전체에 긴장이 감도는 이 시점에 우크라이나, 러시아, 터키 등 역사적 라이벌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며 “유로 2016은 대형 스포츠 행사인 것과 동시에 프랑스인, 유럽인, 낯선 이들을 한곳에 모으는 화합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상황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중계권 수입으로 10억유로, 입장권 수입 5억유로에 주요 스폰서 수입이 4억유로로 예상된다. 여기에 3억유로가량의 세금감면 혜택이 더해질 예정이다.
여전히, 사람들은 기대하고 있다. 관객들은 박수 칠 준비를 끝냈다. <에르테엘> 라디오 방송과 교통안전운동협회, 재난방지협회가 함께 한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인 3명 중 1명은 유로 2016 관람에 맞춰 이미 외출을 계획하고 있다. 이 중 80%는 ‘술을 소비하겠다’고 응답해 여느 때와 다름없는 축제 분위기가 예상된다.
전문가들도 조심스레 분위기 전환을 점친다. 피에르 롱도 파리 제1대학 경제학 교수는 7일 <르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상황에서 예측하기는 조심스러운 면이 있으나, 대회가 시작되면 분위기는 바뀔 것”이라고 했다. 전 브라질 축구대표 선수 소니 안데르송도 “아직은 안전 문제와 파업, 노동법 개정 반대 시위 등 우려할 만한 요소가 남아 있다”면서도 “하지만 유로 2016이 일단 시작되면 지난 브라질월드컵과 같은 축제 분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프랑스 국가대표 선수 시드네 고부는 7일 통신원과의 온라인 인터뷰에서 “모두가 누릴 한 달간의 즐거움과 행복은 돈으로 환산할 수조차 없는 가치”라며 “쉽지는 않겠지만 프랑스가 우승하길 바란다”는 염원도 덧붙였다.
파리/허경락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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