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최강권인 언남고 축구팀의 핵심 공격수인 조영욱(왼쪽)과 이상진이 지난 13일 모교 교정에서 활짝 웃고 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놀랍다.”(조긍연 K리그 경기위원장)
“공을 달고 다니면 더 빠르다.”(정종선 언남고 감독)
고교 최강권인 언남고 축구부 1학년 이상진(16)이 축구 전문가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1m70의 작은 체구로 이미 주전을 확보한 그는 덩치 큰 형들 사이에서 뛰면 꼬마처럼 보인다. 하지만 언남고의 주말리그 5연패, 올해 전반기 서울 동부권역 리그 8전 전승(5골 7도움 기록)을 이끈 일꾼이다. 5연패나 전 경기 우승은 국내 고교에서는 처음이다. 정종선 감독은 “공을 몸에 붙이고 다닌다. 공과 함께 달리면 더 빨라진다. 경기의 판을 뒤집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했다. 프리킥 기회가 나올 땐 왼발은 이상진, 오른발은 조영욱(18)이 맡아놓고 찬다. 조긍연 경기위원장은 “지난겨울에 재능기부 차원에서 언남고에서 한 달간 선수들을 가르친 바 있다. 체구는 작지만 경기를 읽는 눈이 뛰어나다. 가르칠 게 없을 정도였다”고 평했다.
대전의 일반 축구클럽에서 처음 축구를 접한 이상진은 또래의 친구들보다 늦게 축구를 시작했다. 하지만 나이답지 않은 침착함과 볼 감각, 시야를 갖추면서 고교 축구의 히트 상품으로 떴다. 전지훈련 저학년 연습경기 때 상대팀의 이상진을 보고 발탁한 정종선 감독은 “주말리그 경기가 열리는 효창운동장에 이상진을 보러 오는 팬들도 많다”고 했다. 안익수 19살 이하 축구대표팀 감독은 “재능이 뛰어나다. 뽑고 싶은 욕심도 있는데, 아직 체격이 약해 보인다”고 했다.
13일 서울 개포동 언남고 운동장에서 오전 훈련으로 땀에 젖은 이상진은 표정부터 차분했다. 말수는 적었고, 목소리도 작았지만 생각은 확실했다. 어떤 연습을 주로 하느냐고 묻자, 그는 “공을 미는 훈련을 한다”고 했다. 말뜻을 몰라 어리둥절하자 옆에 있던 정종선 감독은 “공을 차고 달리면 몸에서 떨어진다. 몸에 달라붙게 드리블하려면 밀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롤모델은 리오넬 메시다. 이상진은 “공을 달고 수비숲 사이로 쑥쑥 빠져나가는 메시를 보고 많이 배운다. 새로운 동작을 따라 하다 보면 몸에 익는다. 몇 달 연습하면 신기하게 그 동작이 나온다”고 했다.
이상진은 팀 선배이며 19살 이하 축구대표팀의 공격수인 조영욱과 단짝이다. 18살인데도 지난달 수원 4개국 대회 일본전 결승골로 우승 주역이 됐던 조영욱은 “상진이는 공을 잡으면 달라진다.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패스가 나오고 돌파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패스를 발 앞에 떨궈주니 조영욱으로서도 원군을 만났다. 최순호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의외성이 있는 플레이를 펼쳐 눈여겨보고 있다. 앞으로 더 성장하도록 조건을 마련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종선 감독은 “프로 2군 리그(R리그)에 고교 선수도 출전할 수 있다. 2군 리그에서 요청이 온다면 보내줄 용의가 있다”고 했다. 국내 고교 초특급인 둘은 17일부터 경북 안동에서 열리는 주말리그 권역별 상위팀과 프로 클럽팀이 모두 참여하는 64개 팀 왕중왕전에서 우승에 도전한다.
글·사진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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