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 로리스 프랑스대표팀 골키퍼가 15일(현지시각) 프랑스 벨로드롬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로 2016 조별리그 A조 2차전 알바니아와의 경기에서 동료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프랑스는 로리스 골키퍼의 선방을 앞세워 알바니아를 2-0으로 꺾었다. 마르세유/연합뉴스
유로 2016 조별리그 첫 경기가 모두 마무리됐다. 대체로 순조로웠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등 전통의 강호들이 자존심을 지킨 가운데 약체들의 반란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기대했던 ‘골잔치’는 볼 수 없었다.
1차전 12경기에서 기록된 골 수는 총 22골. 첫 12경기 동안 20골에 그쳤던 1996년도 이후 최저치다. 참가 24개국 중 프랑스, 웨일스, 독일, 이탈리아, 헝가리 등 다섯 곳만 두 골을 기록했고 대부분은 한 골에 만족해야 했다. 0패의 쓴맛을 본 나라도 여섯 곳이나 됐다. ‘슈퍼스타’ 호날두와 즐라탄도 침묵했다. 참가국 간 전력차가 심하지 않아 경기가 치열했고, 무엇보다 골문을 지킨 수문장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는 평이 나온다. 프랑스 라디오 방송 <유럽1>은 14일 “골키퍼들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며 골키퍼들의 활약을 짚었다.
가장 이목을 끄는 선수는 단연 ‘헝가리의 전설’ 가보르 키라이다. 세계적인 스타는 아니지만 헝가리 A매치 최다출전 기록을 가진 헝가리팀의 정신적 지주다. 그는 만 40살75일로 유로 사상 최고령 참가 선수로 기록됐다. 이번 대회 최연소 참가자인 영국의 마커스 래슈퍼드(만 18살224일)와는 무려 22살 차이다. 키라이의 트레이드마크는 회색 트레이닝복 바지. 그는 편하다는 이유로 종전의 골키퍼 유니폼 대신 헐렁한 회색 트레이닝복 바지를 고집한다. 덕분에 ‘파자마맨’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어김없이 회색 트레이닝복 바지를 입고 출전한 오스트리아와의 첫 경기에서 단 한 골도 내 주지 않으며 헝가리의 2-0 승리에 공헌했다. 이 승리로 헝가리는 F조 1위에 자리하며 대회 ‘최약체’에서 ‘복병’으로 발돋움했다.
위고 로리스 프랑스대표팀 골키퍼는 어떤가. 그는 10일(현지시각) 루마니아전 시작 4분 만에 찾아온 실점 위기를 선방하면서 개최국 프랑스의 개막전 승리를 도왔다. 15일 알바니아와의 2차전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이로써 프랑스는 참가국 가운데 가장 먼저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독일의 마누엘 노이어도 12일 우크라이나와의 경기에서 두 번의 결정적인 슈팅을 막아내며 세계 톱클래스의 면모를 과시했다. ‘백전노장’ 이탈리아의 잔루이지 부폰도 빼놓을 수 없다. ‘아주리군단’의 수비를 조율하며 벨기에 황금세대 공격진을 무력화시켰다. 당시 벨기에의 티보 쿠르투아 골키퍼는 이탈리아를 상대로 두 골을 내주고도 후한 점수(?)를 받았다. 이탈리아의 한 언론은 “평범한 골키퍼였다면 벨기에는 3~4골을 내줬을 것”이라고 썼다.
스웨덴의 안드레아스 이삭손의 선방도 화제가 되고 있다. 13일 아일랜드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두 번의 결정적인 슈팅을 걷어내며 패배를 막았다. 결과는 1-1 무승부. 이날 득점 없이 1도움을 기록하는 데 그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는 경기 뒤 이삭손을 향한 관중의 박수갈채를 유도하기도 했다. 아이슬란드의 한네스 하들도르손도 강호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1-1 무승부로 ‘수호신’ 이름을 얻었다. 그는 두 번의 결정적인 슈팅을 포함해 여덟 번의 유효 슈팅 가운데 단 한 골만을 허용했다. 프랑스의 <르피가로>는 온라인판에서 “아이슬란드가 무승부를 이끌어낸 데는 골키퍼의 역할이 컸다. 이 경기의 영웅”이라고 치켜세웠다.
허경락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