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러스 베일(가운데) 등 웨일스 선수들이 20일(현지시각) 프랑스 툴루즈에서 열린 러시아와의 유로 2016 B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툴루즈/AFP 연합뉴스
“(8강전에서 독일을 만나더라도) 우리는 두려워할 게 아무것도 없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16에서 같은 조의 잉글랜드를 제치고 조 1위로 16강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웨일스의 크리스 콜먼(46) 감독이 기세등등하게 한 말이다. 로이 호지슨(69) 잉글랜드 감독이 슬로바키아와 0-0으로 비긴 뒤 “실망스럽다. 아직 운이 다한 것은 아니다”라고 한 말과는 대조적이다.
1958년 스웨덴월드컵 이후 58년 만에 축구 메이저 대회 본선에 처음 출전한 웨일스는 이번 대회 1차전에서 슬로바키아를 2-1로 누른 뒤 2차전에서 잉글랜드에 1-2로 져 주춤했다. 하지만 20일(현지시각) 프랑스 툴루즈의 툴루즈 경기장에서 열린 러시아와의 B조 조별리그 마지막 3차전에서 3-0 완승을 거두고 2승1패(승점 6)를 기록해 조 1위로 잉글랜드(1승2무 승점 5)를 조 2위로 밀어내고 16강에 안착했다.
스페인 명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 카림 벤제마(29)와 함께 가공할 ‘비비시’(BBC) 공격 라인을 형성하며 레알을 2015~2016 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끈 개러스 베일(27)이 이번 대회 3경기 연속 골을 폭발시키며 맹활약한 것이 웨일스 돌풍의 핵이다. 베일은 러시아와의 경기 뒤 “웨일스대표팀을 위해 뛴 경기 중 가장 훌륭한 플레이를 했다”고 자평했다. 베일은 슬로바키아와의 경기에서는 전반 10분 멋진 왼발 프리킥으로 웨일스가 역사적인 승리를 거두는 데 기여했고, 2차전에서도 전반 42분 왼발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폭발시켰다.
웨일스의 닐 테일러가 러시아와의 경기 뒤 자녀들과 경기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툴루즈/AP 연합뉴스
그러나 이번 웨일스의 선전은 베일 혼자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조 앨런(26·리버풀), 에런 램지(26·아스널) 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무대를 누비는 팀 동료들의 활약도 크게 기여했다. 램지는 러시아와의 경기 전반 11분 앨런이 상대 공격을 중간에서 끊어 문전으로 찔러준 공을 멋지게 선제골로 연결시켰다. 9분 뒤에는 베일이 드리블하다가 수비수에게 걸려 공이 문전으로 흐르는 순간, 수비수 닐 테일러(27·스완지시티)가 재빨리 두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베일은 후반 22분 쐐기골을 폭발시켰다. 웨일스는 조 1위를 차지한 덕분에 16강전에서 A, C, D조 3위 팀 중 한 팀을 상대하게 돼 있어 8강 진출 가능성이 높다.
웨일스의 돌풍과 달리 잉글랜드는 이날 조별리그 3차전에서 제이미 바디(29·레스터 시티)와 대니얼 스터리지(27·리버풀) 등 6명을 새롭게 주전으로 투입하는 등 변화를 줬으나 슬로바키아의 견고한 수비에 막혀 골을 넣지 못해 체면을 구겼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20일(현지시각) 전적(B조)
웨일스(2승1패) 3-0 러시아(1무2패)
잉글랜드(1승2무) 0-0 슬로바키아(1승1무1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