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왼쪽)가 22일(한국시각) 열린 2016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 4강전 미국과의 경기에서 후반 골을 넣은 곤살로 이과인을 안고 기뻐하고 있다. 휴스턴/AFP 연합뉴스
메시 한 명의 존재가 우뚝했다. 경기를 뒤집는 단 한 번의 패스와 슈팅. 역시 슈퍼스타였다.
아르헨티나가 22일(한국시각)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엔아르지(NRG) 스타디움에서 열린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 4강전에서 리오넬 메시를 앞세워 4-0 대승을 거뒀다. 메시는 1골 2도움으로 가브리엘 바티스투타(54골)를 넘어 역대 아르헨티나 대표팀 최다골 기록(55골)을 세웠다. 2014 브라질월드컵, 2015 코파 아메리카에서 각각 준우승에 그친 아르헨티나는 이번 대회에서 1993년 이후 23년 만에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노린다. 주장 메시의 건재가 아르헨티나 선전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시작부터 미국은 아르헨티나의 상대가 아니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미국 감독은 월드컵 경험이 있는 노장들을 앞세웠지만 작전은 실패했다. 미국의 수비벽에 파열구를 낸 것은 메시였다. 그는 전반 시작 3분 만에 미국의 아크 부근에서 골문 왼쪽 앞으로 공을 띄웠고, 상대 골키퍼가 나오기도 애매한 지역으로 파고든 에세키엘 라베시가 가볍게 머리로 공을 맞히며 골문을 열었다.
이후에도 73%의 압도적인 전반 공 점유율로 미국을 완벽하게 통제했다. 메시는 전반 32분에는 아크 앞쪽에서 그림 같은 프리킥으로 상대를 기를 꺾었다. 골문까지 23m 거리에서 왼발로 찬 공은 골대 오른쪽 모퉁이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미국의 골키퍼인 브래드 구잔도 손을 뻗었지만 각도가 워낙 예리해 건드릴 수도 없었다.
미국은 이날 저메인 존스, 알레한드로 베도야 등이 이전 경기에서 퇴장과 경고 누적으로 나오지 못하면서 차포가 떼인 상태였다. 김대길 축구해설위원은 “클린스만 감독이 고집스럽게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만 뽑았는데 경기력의 기복이 나오는 것은 아직 안정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구 조화도 아직은 완벽하지 않다”고 했다.
미드필드를 빼앗긴 미국은 후반에도 메시를 앞세운 아르헨티나의 정교한 침투를 막아내지 못했다. 아르헨티나는 후반 5분 곤살로 이과인의 세번째 골로 승패를 갈랐고, 후반 41분에도 메시의 도움을 받은 이과인의 쐐기골로 대승을 마감했다. 메시는 순간적으로 상대 수비벽을 흔들고 골문 앞으로 파고든 뒤 욕심을 내지 않고 오른쪽 측면으로 지체 없이 패스해 이과인의 골을 도왔다. 문 앞으로 파고들 때부터 동료 선수가 어디쯤 와 있을 것이라고 예측을 하지 않고서는 배달하기 힘든 패스였다. 미국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단 한 개의 슈팅도 해내지 못했다.
아르헨티나는 27일 칠레-콜롬비아의 4강전(23일) 승자와 결승전을 벌인다. 미국은 26일 칠레-콜롬비아전 패자와 3위 다툼을 한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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