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장쑤 쑤닝의 사령탑을 맡게 된 최용수 FC서울 감독이 22일 안산무궁화와의 FA컵 16강전 도중 벤치에서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자리에서 눈물 흘린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마음은 정말 슬픕니다.”
‘독수리’ 최용수 FC서울 감독은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안산무궁화FC와의 축구협회컵 16강전 승리 뒤(2-1) 기자회견에서도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었다. 표정도 감정의 떨림도 없이 인터뷰를 진행했다. 하지만 FC서울에서의 고별전이 가슴 속에서는 엄청난 소용돌이를 일으킨 것은 분명해 보였다. 최 감독은 “경기 내용은 마음에 안들지만 어느 때보다 마음에 와 닿는 경기였다. 팬들이나 저에게 유종의 큰 선물을 준 선수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눈물을 흘린 적은 없지만 마음은 슬프다”고 했다.
조만간 중국 슈퍼리그 장쑤 사령탑으로 옮기는 최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 끝까지 공격적인 면모를 잃지 않으면서 선수단을 독려했다. 교체돼 나온 선수들한테는 일일히 손을 잡고, 볼이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작별의 말을 건넸다. 경기 뒤에는 서울의 서포터스인 수호신과 관중들 앞에서 선수단, 코칭스태프와 함께 인사를 하며 작별을 고했다. 서포터스 석에서는 “정말 고맙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서울의 영웅 최용수”라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시즌 중에 떠나는 감독한테 바치는 팬들의 헌사로 더 이상 감동적인 것은 없을 것처럼 보였다. 최용수 감독도 “시즌 중에 떠나서 미안하다. 하지만 기회를 놓고 싶지는 않았다. 저를 벼랑 끝에 올려 놓고 시험해보고 싶다”고 했다.
최고의 대우를 받으면서 중국 프로축구 무대에 진출하는 최 감독의 앞길이 순탄한 것은 아니다. 시즌 중에 부임하기 때문에 적응기가 필요하다. 축구 문화나 선수들의 생활습관, 태도 등도 다르기 때문에 선수단 장악을 위해서는 많은 연구를 해야 한다. 최 감독은 “새로운 감독이 자기 색깔로 팀을 바꾸려는 조급함을 갖기 보다는 시간을 갖고 많은 대화를 하면서 팀을 이끌 것이다. 팀이 잘하는 것이 있으면 장려하고 개선해 나가고, 선수들한테 접근할 때도 그쪽의 방식을 잘 보고 하겠다. 진성성을 갖고 대화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장쑤에는 아시아 축구클럽 역대 최고 이적료인 5천만유로(670억원)에 이적한 미드필더 테세이라와 첼시 출신 하미레스 등이 있다. 모두 만만치 않은 선수들이다. 최 감독은 “서로 간의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을 주고 받을 수 있도록 짧은 시간에 신뢰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브라질 선수들은 상당히 반듯하고 착하다. 선수 때부터 많이 접했는데 마음도 열려 있고 축구를 즐기면서 남을 배려한다”며 선수단 장악에 대한 자신감을 비쳤다. 실제 최 감독은 강한 카리스마도 있지만, 선수들을 마음으로 움직이는 재주도 뛰어나다. 최 감독은 “값비싼 선수들이어서 말 안들으면 어떻게 할지 고민도 된다. 그러나 나름의 소통 방법으로 풀어가겠다”고 했다.
최 감독은 자신의 지도 스타일에 대한 평가를 부탁받자, “저는 좋은 선수들을 많이 만났다. 우리팀을 거쳐간 선수 중에 아까운 선수도 많았다. 지금의 선수들도 모두 K리그에서 경쟁력이 뒤떨어지지 않는다. 저는 완성체가 아니다. 최고의 인기 구단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도 실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아직도 배우고 있다”며 자세를 낮췄다.
최용수 감독은 1994년 FC서울의 전신인 안양 엘지에서 프로 선수로 데뷔했고, 일본 프로무대를 경험한 뒤 복귀한 이래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2011년부터는 FC서울의 감독으로 정규리그와 축구협회컵 우승 등 굵직한 성과도 올렸다. 최 감독은 “서울은 내가 청춘을 바친 곳이다. 슈퍼매치에서 이길 때 기뻤고, 졌을 때 팬들의 원성으로 버스에 140분 동안 갇힌 적도 있었다. 그런 시간들이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후임 황선홍 감독에 대해서는, “승부욕은 같지만 성격은 다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나고 좋은 축구를 하기 때문에 서울에서도 큰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덕담을 했다.
최 감독은 신변을 정리한 뒤 조만간 중국으로 들어갈 예정이고, 황선홍 감독은 29일 성남FC와의 안방 경기에서 FC서울 사령탑으로 데뷔한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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