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축구대표팀 선수들의 부인과 아이 등 가족들이 16일(한국시각) 프랑스 마르세유의 스타드 벨로드롬에서 열린 유로 2016 알바니아전 때 관중석에 모여 응원하고 있다. 마르세유/ EPA 연합뉴스
어김없다. 선수들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함께 하는 선수의 아내와 여자친구인 왝스(WAGs: Wives and Girlfriends)가 화제다. 이번에는 아예 프랑스축구협회가 발 벗고 나섰다. 프랑스축구협회는 이번 유로 2016에 참가하는 대표팀 선수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그들의 가족까지 꼼꼼히 챙기고 있다. 아내와 아이들은 물론 일부 선수들의 부모님까지 관리한다. 이례적인 특별 대우를 프랑스 언론들이 앞다투어 보도하고 있다.
보도를 보면 선수 가족이 경기 관람을 위해 자택을 출발해 경기장에 도착할 때까지 축구협회가 하나부터 열까지 챙긴다. 아예 담당자를 배치해 아내들의 일정을 살피도록 했다. 선수가 신경 쓸 만한 일이 생길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경기장으로의 이동부터 저녁 식사, 호텔 선정까지 모두 협회 소관이다. 비용도 협회가 부담한다. 경기당 평균 1만5000유로(1950만원)가 소요되며, 프랑스 대표팀이 결승까지 진출할 경우 10만5000유로의 지출이 예상된다. 경호 비용은 제외한 금액이다. 이런 대우는 프로축구연맹 회장이나 주요 스폰서 등에 제공하는 의전에 버금간다. 프랑스축구협회 관계자는 “아내들은 선수의 안녕에 직결되므로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이것이 가장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선수들에게는 경기당 초대권 10장이 주어진다. 초대권에 배당된 자리는 선수석 바로 뒤편 응원석으로, 친지들이 가장 가까운 곳에서 선수들을 응원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프랑스 앵포>에 따르면 프랑스-루마니아 개막전 해당 좌석의 관람권 가격은 595유로. 협회가 선수들에게 제공한 초대권은 개막전에만 13만6850유로어치에 달했다.
이토록 협회가 선수 주변을 챙기는 이유는 분명하다. 정서적 안정을 통해 경기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다. 실제로 프랑스 대표팀은 가족의 영향을 많이 받아왔다. 아내들이 방문하지 못했던 유로 1996을 보자. 당시 대표팀 장비담당관이었던 앙리 에밀은 <레키프>와의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전화 통화로 보냈다”고 했다. 한 달 반은 너무 길었다. 결국 프랑스는 4강에서 승부차기 끝에 체코에 5-6으로 분패했다.
반면 우승컵을 거머쥔 98년 월드컵에서는 아내들의 응원 효과를 톡톡히 봤다. 에메 자케 당시 감독까지 나서 “아내들은 이제 대표팀의 일부”라고 치켜세웠다. 4년 뒤 서울에서 열린 2002 월드컵 때는 시작부터 잡음이 일었다. 아내들의 숙소가 프랑스 조별예선 첫 상대였던 세네갈 대표팀과 같은 호텔로 배정된 것이다. 이를 본 프랑스 대표팀 선수들의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아내들끼리의 화합도 별로 안 됐던 모양이다. 한·일 월드컵 조별예선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은 뒤 로제 르메르 당시 대표팀 감독은 “1998년과 2002년 사이에 변한 것은, 선수들과 아내들의 사이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1998년에는 가족 간의 화합이 있었다”고 아쉬워한 바 있다.
이번 유로에선 어떨까. 시작은 무난하다. 프랑스축구협회는 19일 스위스전이 끝난 뒤 선수들과 가족들이 만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했다. 아내들끼리의 사이도 괜찮아 보인다. 이들은 개막경기 전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친목을 도모하기도 했다. 덕분인지 프랑스는 조 1위로 가뿐히 조별예선을 통과해 26일 오후 3시(현지시각) 16강 경기를 앞두고 있다.
허경락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