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 26일(현지시각)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러더포드의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칠레와의 2016 코파 아메리카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첫번째 키커로 나서 실축한 뒤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스트러더포드/로이터 연합뉴스
2연패를 달성한 칠레 선수들이 덩실덩실 춤을 추며 기쁨을 만끽하는 사이, 턱수염을 기른 아르헨티나의 축구영웅 리오넬 메시(29·FC바르셀로나)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벤치에 앉아 일어설 줄 몰랐다. 승부차기로 패한 순간에는 그라운드에 머리를 쳐박고 애통함을 삭였다.
아르헨티나는 세차례 결정적 골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전반 21분 스트라이커 곤살로 이과인(29·나폴리)이 상대 수비 실책에 편승해 골키퍼와 1대1일로 맞서는 절호의 득점기회를 맞았지만 이를 살리지 못했다. 이어 0-0이던 연장 전반 9분 세르히오 아궤로(28·맨체스터 시티)의 헤딩슛은 골문 왼쪽 구석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했지만, 칠레 수문장 클라우디오 브라보(33·FC바르셀로나)가 뒤로 넘어지는 듯 점프하며 쳐내 땅을 쳐내야 했다. 승부차기에서는 칠레의 첫번째 키커 아르투르 비달(29·바이에른 뮌헨)이 찬 공을 수문장 세르히오 로메로(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막아 유리한 국면을 맞았으나 첫 키커로 나선 메시가 공중으로 공을 날려버렸고, 결국 그것이 패배의 빌미가 됐다.
26일(현지시각)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러더포드의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8만2000여명의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열린 2016 코파아메리카 센테나리오 결승전. 2015년 이 대회 우승팀 칠레가 아르헨티나와 맞서 연장전까지 가는 혈전을 벌였으나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겨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위인 칠레는 지난해 자국의 산티아고에서 열린 이 대회 결승전에서도 아르헨티나(1위)와 득점없이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1로 이겨 남미대륙 최강에 오른 바 있다. 1993년 에콰도르 대회 이후 23년 만에 코파아메리카 정상 탈환에 나선 아르헨티나는 두 대회 연속 준우승에 머물렀다. 2000년대 들어 아르헨티나는 2014 브라질월드컵을 포함해 메이저대회에서만 무려 6차례 준우승에 그치는 징크스를 되풀이했다.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레알 마드리드)와 함께 당대 최고의 스타로 쌍벽을 이루는 메시는 또한번 고개를 숙이며 자존심을 구겼다. 메시는 이날 칠레 수비진에 채이고 걸리고 막히면서 여러차례 프리킥을 얻어내기도 했으나 프리킥 기회를 번번이 살리지 못했다. 소속팀 FC바르셀로나에서 보여줬던 환상적인 드리블과 골결정력을 전혀 뽐내지도 못했다.
이번 대회 최우수선수에게 주는 골든볼은 칠레의 측면공격수 알렉시스 산체스(28·아스널)에게 돌아갔다. 최고 수문장에게 돌아가는 영예인 골든글로브 역시 브라보가 차지했다. 이번 대회는 1916년 창설된 코파아메리카의 100주년을 기념해 남미와 북중미축구연맹 소속팀들이 출전한 가운데 열렸다. 다음 대회는 2019년 브라질에서 개최된다.
이날 경기에서 칠레의 수비수 마르셀로 디아스(셀타비고)가 메시를 막다가 전반 28분 두번째 옐로카드를 받고 퇴장 당해 아르헨티나가 수적 우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도 전반 42분 마르코스 로호(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비달에게 태글을 걸다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하면서 균형을 이뤘다. 두 팀은 거친 플레이로 서로 상대를 저지하기 바빴으며 끝내 골은 터지지 않았다. 경기가 풀리지 않자 아르헨티나는 후반 24분 이과인을 빼고 아궤로를 투입했지만 골을 뽑아내지 못했다. 고질적인 골결정력 부재가 문제였다. 아르헨티나는 승부차기에서 4번 키커 루카스 빌리아(라치오)의 오른발슛이 브라보한테 막히고 칠레 5번째 키커한테 골을 허용하면서 결국 분루를 삼켜야 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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