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스포츠 축구·해외리그

축구 종주국 꽁꽁 얼린 아이슬란드

등록 2016-06-28 14:09수정 2016-06-28 18:23

잉글랜드 격파 8강 파란…바이킹 전사의 이변
인구 33만명이지만 축구 인구, 지도자 밀도 높아
7월4일 8강전 개최국 프랑스와 대결 관심
28일(한국시각) 유로 2016 16강 아이슬란드와 잉글랜드의 경기에서 아이슬란드의 골이 터지자 수도 레이카비크에 모인 응원단들이 서로 껴안고 좋아하고 있다. 레이카비크/DPA 연합뉴스
28일(한국시각) 유로 2016 16강 아이슬란드와 잉글랜드의 경기에서 아이슬란드의 골이 터지자 수도 레이카비크에 모인 응원단들이 서로 껴안고 좋아하고 있다. 레이카비크/DPA 연합뉴스
인구 33만명, 피파 랭킹 34위. 유로 2016 참가 24개국 가운데 인구와 축구랭킹 최하위권이다. 하지만 크기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영국의 <가디언>은 28일(한국시각) 아이슬란드가 축구 종가 잉글랜드를 꺾고(2-1) 유로 2016 8강에 진출하자 “크기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떤 것도 당연한 것은 없다”고 전했다. 1950년대 이전에는 잔디 구장이 없었고, 1990년대 들어 아마추어 틀을 벗은 아이슬란드는 24부 리그까지 갖춘 잉글랜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축구 소국이다. 하지만 33만명의 인구 가운데 700명이 축구 트레이너일 정도로 축구 지도자 비율은 최고라고 외신은 전했다. 2000년대 들어 정부와 유럽축구연맹(UEFA)의 후원으로 지열을 이용한 사철 잔디경기장 시설을 갖추게 됐고, 4년 새 피파 랭킹을 131위에서 34위로 끌어 올렸다. 유로 본선 24개국 가운데 피파 랭킹이 22번째다. 인구의 10%가 정기적으로 축구에 참여하고, 이번 유로 대회에는 3만명 가까운 응원단이 넘어오는 등 축구 약소국의 이변에는 극한의 추위를 녹이는 열정이 있었다.

28일 잉글랜드전은 ‘바이킹 전사’들의 정신력이 축구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었다. 전반 4분 페널티킥으로 잉글랜드 웨인 루니한테 선제골을 빼앗겼지만, 2분 뒤인 6분께 만회골을 터뜨렸다. 이어 전반 18분 통렬한 결승골로 잉글랜드 선수들을 패닉으로 몰아갔다. 잉글랜드의 축구 영웅인 게리 리네커는 “역사상 최악의 패배”라고 했고, 앨런 시어러는 “역대 최악의 경기다. 잉글랜드는 90분간 전투욕도 지혜도 희망도 없었다”고 한탄했다. 23명 엔트리 전원을 프리미어리그 출신으로 채웠고, 현대축구의 발상지라는 자존심으로 무장했지만 축구는 자만하는 순간 무너진다. 이날 잉글랜드의 골키퍼 조 하트는 경기 뒤 서포터스 앞에서 두손을 높이 맞잡고 사과의 몸짓을 했지만, 잉글랜드 팬들은 국기와 대표팀 유니폼을 사정없이 집어 던졌다. 웨인 루니는 “슬프다. 운이 없었다”고 털어버렸지만, 로이 호지슨 잉글랜드 감독은 곧바로 사임의사를 표명했다.

그렇다고 아이슬란드가 실력이 모자란 팀도 아니다. 라르스 라예르베크와 헤이미르 하들그림손 공동 사령탑은 유로 예선에서 네덜란드를 3위로 떨어뜨리고 2위로 본선에 올랐다. 조별리그 첫 경기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는 1-1 무승부를 이끌었고, 이후 헝가리전(1-1)과 오스트리아전(2-1)에서 패배하지 않았다.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아이슬란드와 경기 뒤 “버스를 세워놓은 수비 축구다. 운이 좋은 밤”이었다고 혹평했다. 하지만 잉글랜드를 꺾고 8강에 오른 아이슬란드는 호날두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100여명의 유럽파 선수들 가운데 팀을 꾸린 아이슬란드는 24개국으로 확대된 이번 유로에 처음 출전했다. 핵심선수는 스완지시티에서 뛰는 길피 시구르드손이고 골키퍼 하네스 할두르손과 중앙 수비수 카리 아르나손 등이 조금 알려진 선수들이다. 하지만 유로 예선을 통해 끈끈한 조직력과 헌신성, 역습의 팀 색깔로 돌풍을 몰아쳤다. 이제 아이슬란드는 7월4일 파리에서 개최국 프랑스와 4강 티켓을 놓고 맞붙는다. 외신은 안방에서 우승을 노리는 프랑스가 엄청난 압박감 속에 잃을 것 하나 없는 아이슬란드와 대적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잉글랜드는 유로 2016 탈락으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축구판 멍에를 썼다. 아이슬란드의 축구 해설자는 “우리는 절대 집에 안간다. 잉글랜드는 유럽에서 나가 어디든 원하는 데서 살아라”라고 말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스포츠 많이 보는 기사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1.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2.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3.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4.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5.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