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참패는 두려움의 문화 탓”

전 대표팀 주장 제라드, 언론사 기고
“주요 대회 우승 못한 역사적 무게로
몸 굳고 실책 연발해 위기에 빠져”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주장 웨인 루니(10번)가 28일(한국시각) 열린 아이슬란드와의 유로 2016 16강전에서 패배한 뒤 후배 선수들을 위로하고 있다. 니스/AP 연합뉴스

스티븐 제라드(36·LA 갤럭시)가 잉글랜드의 유로 2016 탈락은 ‘두려움의 문화’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전 잉글랜드대표팀 주장이었던 제라드는 29일(현지시각) <텔레그래프> 기고에서 이렇게 말했다. ‘역사의 무게가 잉글랜드팀에 두려움의 문화가 됐다. 바뀌어야 한다’는 글에서, 제라드는 “선수들이 과대평가됐다거나, 프리미어리그가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는 해석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신 그는 잉글랜드 선수들의 심리적인 압박을 지목했다. “잉글랜드 선수들은 뒤지고 있을 때 머릿속으로 어떻게 게임을 정상화할 것인가와 더불어 패배했을 때의 결과를 생각한다. 이렇게 말하기는 싫지만 귀국했을 때의 언론 보도나 팬들의 비난 수위로 마음을 쓰게 된다.”

제라드는 “아이슬란드와의 16강전에서도 전반 역전골을 얻어맞은 뒤 선수들의 감정이 어떤 상태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때 잉글랜드 주장이었지만 조별리그 탈락을 경험했던 제라드는 “공포가 들어서면 곧이어 분노가 몰려온다. 그러면 평소 연습해왔던 것과 다르게 몸이 굳어버리고 패스 실책을 범한다. 엉뚱한 자리에서 슈팅을 하거나 조바심 때문에 단순한 것도 처리하지 못한다”고 했다.

제라드는 “멘털의 취약함도 지적할 수 있지만, 그것은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 우승 이후) 50년 동안 주요 대회 우승컵이 없었던 역사의 무게로 인한 산물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부담감은 너무 강하기 때문에 선수단이 위기에 처했을 때 누군가 구해줘야 하는데, 서로 바라만 볼 뿐 위기를 타개할 능력이 있는 선수들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제라드는 “클럽팀에서의 실패는 상처가 오래가지 않지만, 대표팀 패배는 2년간 비난에 시달려야 하는 것으로 부담의 무게가 다르다”고 했다.

이와 함께 아이슬란드와의 경기에서는 선수단 구성에서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그는 “스트라이커들은 측면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고, 몸이 100%가 아니어서 뛰지 말아야 할 선수가 나간 대신에, 자신감 있고 몸 상태가 좋은 선수들은 거의 기용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제라드는 “결국 잉글랜드축구협회가 선수들의 재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감독을 잘 선임해야 한다. 이제 약속이 아니라 행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창금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