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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없어도 이긴다 우린 이탈리아니까

등록 2016-06-30 13:08수정 2016-06-30 22:44

허경락 통신원의 파리 리포트
이탈리아서 잔뼈 굵은 콘테 감독
‘이빨 빠진 호랑이’ 유로 대표팀 맡아
랭킹 2위 벨기에·무적함대 스페인 연파

재능있는 스타보다 팀워크 강조
“90분간 잘 짜인 안무 같다” 극찬
3일 ‘전차군단’ 독일과 8강 빅매치
이탈리아의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28일(한국시각) 스페인과의 유로 2016 16강전에서 격정적으로 선수들을 지휘하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이탈리아의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28일(한국시각) 스페인과의 유로 2016 16강전에서 격정적으로 선수들을 지휘하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아무도 몰랐다. 전통의 강호를 우습게 봤다. 누군가는 그들더러 ‘사상 최약체’라고 했고, 또 누군가는 ‘노쇠했다’고 평가했다. 대회 직전 핵심 미드필더 둘을 부상으로 잃었고, 평균 연령 31살의 결코 젊지 않은 팀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은 지금 어느 때보다 탁월하고 노련한 팀으로 거듭났다. 유로 2016의 유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되던 ‘붉은 악마’ 벨기에와 ‘무적함대’ 스페인을 차례로 잠재웠다. ‘전통의 명가’ 이탈리아 얘기다.

조별예선 첫 경기 때 대부분 벨기에의 승리를 점쳤다. 결과는 이탈리아의 2-0 승리 반전이었다. 황금세대의 피파(FIFA) 랭킹 2위 벨기에의 빛나던 명성이 퇴색했다. 스페인과의 16강전 역시 스페인의 승리에 무게가 실렸다. 스페인은 경기 내내 끌려다니다 0-2로 졌다. ‘이빨 빠진 호랑이’ 취급받던 이탈리아는 이 경기 뒤 다시 ‘영원한 우승후보’로 자리매김했다.

이탈리아 돌풍의 주역은 바로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다. AC 시에나, AC 아레초, AS 바리, 아탈란타 BC에 이어 유벤투스까지 이탈리아 리그를 섭렵한 ‘이탈리아 정통’이다. 이번 대회 유일하게 3-5-2 포메이션을 들고나온 콘테 감독은 현지 언론들로부터 ‘전략의 연금술사’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이렇다 할 스타가 없는데다 주력선수들마저 부상으로 빠진 이탈리아를 순항시키는 덴 그의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스페인팀에는 재능있는 선수들이 있다. 우리에겐 아이디어가 있다. 그리고 아이디어는 재능을 앞선다.” 콘테 감독은 스페인전 승리 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헤라르드 피케, 세스크 파브레가스, 다비드 실바 등이 포진한 ‘스타군단’ 스페인을 무너뜨린 건 바로 철저한 연구와 잘 짜인 팀 전술이었다는 뜻이다. 마르코 베라티가 대회 직전 부상으로 빠지면서 발재간을 활용한 전술을 짤 수 없었다. 정교한 위치선정과 톱니바퀴 움직임을 내세웠다. 최후방에 ‘철의 스리백’ 조르조 키엘리니-레오나르도 보누치-안드레아 바르찰리(BBC 라인)를 배치해 스페인의 화구를 틀어막았다. 미드필드 중앙의 마르코 파롤로와 에마누엘레 자케리니는 공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뛰어다녔고, 측면의 알레산드로 플로렌치와 마티아 데실리오는 상대편 수비라인을 끌어내리며 스페인 전형을 무너뜨렸다.

<르몽드>는 “경기 시작부터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쪽은 이탈리아였다. 스페인이 즉흥적인 움직임을 많이 보인 반면, 이탈리아는 매순간 잘 짜인 90분짜리 안무를 하는 듯했다”고 평했다.

스페인은 특유의 지공법, ‘티키타카’로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과 유로 2012를 제패하며 세계 축구를 호령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오히려 이탈리아가 짧은 패스로 점유율을 가져갔다. 이탈리아는 90분 내내 속공과 역습보다는 시간을 들여 천천히 ‘만들어가는’ 축구를 했다. 수문장 잔루이지 부폰까지 짧은 패스에 동참했다. 언론은 이를 두고 “컬러텔레비전이 없었다면 누가 어느 팀인지 구분하기 어려웠을 정도”라고 했다. 예상치 못한 경기흐름에 스페인이 당황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여기에 그라치아노 펠레-에데르 투톱의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공격조합이 더해지면서 스페인을 옥죄었다. <르몽드>는 “스페인이 자기 진영에서 수비를 이렇게까지 열심히 한 경기는 2014년 월드컵 조별예선 네덜란드전 이후 처음”이라며 놀라움을 표했다.

“우리의 강점은 한 팀이라는 데 있다. 대표팀이라기보다는 그냥 하나의 팀이다. 콘테 감독은 재능있는 선수가 부족할 때 부임했는데, 문제를 해결할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팀워크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스페인-이탈리아전 ‘맨 오브 더 매치’에 빛나는 레오나르도 보누치의 경기 뒤 인터뷰 내용이다. 그가 말한 ‘팀워크’가 이탈리아의 활약에 가장 중요한 요소다. 콘테 감독은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클럽팀처럼 작동하는 것이라고 주문했다. 항상 함께 생활하는 한 팀처럼 견고함을 보여준 덕분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했다. 선수들의 생각까지 컨트롤하는 콘테 감독의 카리스마와 각본은 보는 이들의 찬사를 불러왔다. <유로스포츠>는 “콘테 감독은 이탈리아 대표팀의 으뜸패”라고 북돋았다. <레키프>도 “콘테 감독은 2군 선수들로 이뤄진 팀을 우승후보로 만든 연금술사”라고 치켜세웠다.

콘테 사령관이 이끄는 이탈리아는 3일 새벽 4시(한국시각) ‘전차군단’ 독일과 8강 대결을 펼친다. 외신은 각각 4차례씩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던 두 팀의 대결을 거인들의 충돌로 표현한다. <블리처 리포트>는 “11명이 한마음으로 움직이며 16강까지 4경기에서 한 골만 허용한 이탈리아의 조직력 대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된 독일의 득점력·창조성이 팽팽하게 맞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 팀의 골키퍼인 부폰과 마누엘 노이어는 막상막하로 평가받고 있다.

허경락 통신원/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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