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축구대표팀의 핵심 미드필더 메수트 외질(왼쪽)과 프랑스팀의 간판 앙투안 그리즈만 AP 연합뉴스
사실상의 결승전인가?
프랑스와 독일의 ‘축구 대전’이 8일 새벽 4시(한국시각)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열리는 2016 유럽축구대회(유로 2016) 4강전 무대에서 펼쳐진다. 애초 우승후보로 지목된 두 팀의 싸움이어서 ‘사실상의 결승전’이라는 말이 나온다. 7일 열리는 포르투갈과 웨일스의 또다른 4강전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떨어진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객관적 전력에서는 독일이 조금 우월하다. 하지만 프랑스는 개최국 안방 이점이 있다. 더욱이 독일은 8강 이탈리아전에서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다”고 말했다.
실제 독일의 공격수 마리오 고메스는 이탈리아전 햄스트링 부상으로 사실상 대회를 마감했다. 중앙 수비수 마츠 후멜스는 이탈리아전 경고 누적으로 프랑스전에는 나오지 못한다. 중원의 사미 케디라와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도 부상으로 몸 상태가 좋지 않다. 5경기 무패 1실점으로 4강에 오른 요아힘 뢰프 감독의 고민이 깊다.
반면 프랑스는 독일과의 4강전에서 23명의 선수단 전원을 활용할 수 있다. 경고 누적으로 아이슬란드전에 못 뛰었던 은골로 캉테와 아딜 라미도 돌아온다. 1984년 미셸 플라티니, 2000년 지네딘 지단이 있을 때 유로 대회 우승을 차지한 프랑스는 이번엔 폴 포그바 등을 앞세워 3번째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5경기 무패로 4강에 합류한 디디에 데샹 프랑스 감독은 최상의 조합만 고르면 된다.
2000년 이후 역대 맞전적에서는 프랑스의 4승1무2패 우세다. 하지만 독일은 2014 브라질월드컵 8강전에서 프랑스를 격파하는 등 중요한 경기에서 프랑스에 일격을 가한 바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11월14일 파리에서 열린 친선 경기에서는 프랑스가 2-0으로 이겼다. 당시 경기 중 주변의 폭탄 테러로 독일 선수들은 경기 뒤 스타디움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스탠드에서 잠을 청해야 했다. 프랑스 선수들도 연대 의식을 발휘해 하룻밤을 스타디움에서 보냈는데, 프랑스 대표팀 내부적으로는 팀워크와 단합을 이룬 중요한 계기로 평가받고 있다.
프랑스는 4일 아이슬란드와의 8강전 승리(5-2)를 통해 자신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패스의 정교함, 침투의 예리함, 제공권 능력이 돋보였다. 공격형 미드필더 앙투안 그리즈만은 4골로 대회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물론 독일은 아이슬란드와는 질적으로 다른 팀이다. 최전방 공격수를 두지 않는 ‘가짜 9번’ 전술이나, 스리백 수비 전형까지 다양한 응용 능력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경기의 완급 조절과 패스 능력이 뛰어난 메수트 외질이 버티고 있다. 아이슬란드전에서 2골을 넣은 프랑스의 공격수 올리비에 지루는 “수비 때 미세한 실수를 없애야 한다. 독일한테는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라고 경계했다. 라이벌 대결이어서 심리적인 측면도 중요하다. 프랑스의 수비수인 파트리스 에브라는 “2014 브라질월드컵 때의 패배를 설욕하겠다”고 의욕을 불살랐다.
한편 포르투갈과 웨일스의 4강전은 포르투갈 쪽에 무게가 실린다. 대회에 처음 출전한 웨일스는 8강전에서 ‘난적’ 벨기에를 3-1로 무너뜨리며 4강에 올라 파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상대 진영을 파괴할 수 있는 개러스 베일(3골) 한 명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핵심 자원인 에런 램지와 벤 데이비스가 경고 누적으로 4강에 나설 수도 없다. 포르투갈은 그동안 유로 대회에서 4차례나 4강에 올랐지만 결승에 진출했던 적은 2004년 한 번뿐이다. 이번엔 사상 첫 우승을 노린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골)가 부진하다는 평을 듣지만 루이스 나니, 히카르두 쿠아레스마, 헤나투 산시스 등 득점 능력을 갖춘 선수들이 포진해 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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