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공격수 앙투안 그리즈만(오른쪽)이 8일(한국시각) 열린 유로 2016 4강전 경기에서 독일의 미드필더 토니 크루스를 제치면서 돌진하고 있다. 마르세유/UPI 연합뉴스
그물망 수비와 최고의 역습 스피드를 자랑한 프랑스. 개인기와 조직력이 뛰어난 독일도 그 벽을 뚫을 수는 없었다.
디디에 데샹 감독이 이끄는 프랑스축구대표팀이 8일(한국시각) 프랑스 마르세유의 스타드 벨로드롬에서 열린 2016 유럽축구대회(유로 2016) 독일과의 4강전에서 2골을 책임진 앙투안 그리즈만의 맹활약을 앞세워 2-0으로 승리했다. 프랑스는 11일 포르투갈과의 결승전에서 세번째 대회 우승을 노린다. 두 차례(1984년·2000년) 우승 이후 16년 주기설 완성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이날 결승골을 터뜨린 그리즈만은 대회 6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스페인 프로축구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소속인 그리즈만은 포르투갈과의 결승전에서 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대결을 예고한다. 둘은 5월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만났는데, 당시 레알 마드리드가 이기면서 호날두가 웃었다.
5명에서 6명까지 늘어선 프랑스의 끈적끈적한 수비벽은 독일도 쉽게 뚫지 못했다. 점유율에서 앞섰지만 프랑스 수비 늪에 빠진 ‘독일 전차’는 결정타를 날릴 수 없었다. 반면 프랑스는 공을 잡으면 전광석화처럼 앞으로 전개해 들어갔다. 그 속도를 막아내는 독일의 힘도 대단했지만, 안방에서 이기겠다는 프랑스의 승부욕이 좀더 강했다.
긴장감 넘치는 공방은 전반 추가시간 균형이 무너졌다. 프랑스의 코너킥 공격 때 독일의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는 프랑스의 파트리스 에브라와 공중 경합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손이 공에 닿았다. 주심은 고의성이 있었다고 판단해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고, 키커로 나선 그리즈만은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그리즈만은 경기 뒤 “챔피언스리그에서 (후반) 페널티킥을 실축했기에 오늘은 꼭 넣고 싶었다”고 했다.
만회골을 노린 독일의 강공은 후반 내내 펼쳐졌다. 메수트 외질과 토니 크루스 등 중원의 패스 전문가들로부터 시작되는 간결하고 예리한 패스는 좌우 측면을 거쳐 중앙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제로톱 전술의 해결사가 돼야 할 토마스 뮐러가 눈에 띄지 않았고, 후반 14분 중앙 수비의 핵인 제롬 보아텡이 허벅지 통증으로 교체되면서 급격히 흔들렸다.
깊숙히 수비선을 내리다가도 공만 잡으면 총알처럼 앞으로 치고나간 프랑스는 후반 27분 그리즈만의 추가골로 쐐기를 박았다. 상대 골지역까지 파고든 폴 포그바가 독일 수비수의 공을 가로챈 뒤, 중앙의 올리비에 지루를 향해 올린 공을 독일의 골키퍼 마누에 노이어가 쳐냈다. 하지만 펀칭을 하지 않고 손바닥에 맞은 공은 힘없이 떨어졌고, 그리즈만은 동물적인 왼발 반사 신경으로 노이어의 가랑이 사이로 빠지는 골을 만들었다. 외신은 그리즈만의 이 골을 “그가 왜 수준급 선수인가를 보여주었다”고 묘사했다.
요아힘 뢰브 독일 감독은 선수들을 독려하며 맹 반격을 유도했지만 후반 29분 요슈아 키미히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오고, 2~3차례 결정적 기회는 프랑스의 휴고 요리스 골키퍼의 손에 걸리면서 무위로 끝났다.
대회 득점왕을 노리는 그리즈만은 “아직도 미셸 플라티니에는 미치지 못한다. 언젠가는 근접할 수 있을 것이다. 내일부터는 결승전에 대비해 다시 훈련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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