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선수.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박태환(27)이 리우에 간다. 3월2일 도핑으로 인한 1년6개월 징계 만료 이후 4개월여 만의 싸움 끝에 얻은 승리다. 박태환 쪽은 “더 빨리 결정이 났어야 했다. 시간이 많이 걸려서 아쉬움이 있다. 선수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다”고 했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8일 박태환에게 족쇄를 채운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규정(5조 6항)을 이중처벌로 보고, 박태환이 국가대표로 뽑힐 자격이 있다고 잠정 판결했다. 도핑으로 인한 국제수영연맹의 자격정지 징계를 마무리한 상태에서, 국내 규정으로 추가 징계를 받도록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알린 것이다.
앞서 이날 오전 대한체육회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4차 이사회를 열어 “박태환의 국가대표 자격 여부는 카스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내 법원도 지난 1일 박태환이 낸 국가대표 자격 결격사유 부존재 가처분 신청에서 결격사유가 없다는 판결을 한 바 있다.
박태환은 법적으로 국가대표 지위를 확보했고, 2016 리우올림픽 한국 대표로 출전하게 된다. 김동권 대한수영연맹 사무국장은 “이날 중으로 수영대표팀 명단을 국제수영연맹에 메일로 보낼 것이다. 가엔트리로 최종 엔트리는 18일 대한체육회에 의해 결정된다”고 밝혔다. 국내 남자 수영선수 가운데는 유일하게 올림픽 출전 자격을 갖고 있는 박태환은 8월7~14일 열리는 리우올림픽 자유형 남자 1500m, 400m, 200m, 100m에 출전한다.
박태환의 국가대표 자격 회복으로 대한체육회는 타격을 입게 됐다. 대한체육회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가맹한 한국의 올림픽단체로서 국제올림픽위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하지만 대한체육회는 2011년 이래 국제올림픽위가 주장해온 도핑 선수 이중처벌 금지 권고를 귀담아듣지 않았다. 오히려 특정 선수를 위한 규정 개정은 없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국내 법원뿐 아니라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로부터도 이중처벌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받음으로써 신뢰도가 떨어지게 됐다.
박태환이 선수로서 충분히 연습할 수 있는 황금 같은 시간을 빼앗았다는 지적도 받게 됐다. 박태환은 징계 해제 2개월 전인 올해 1월부터 정상적인 훈련을 할 수 있었지만, 대한체육회의 부정적인 시선 때문에 제대로 된 훈련을 할 수 없었다. 박태환 쪽은 “올림픽 3개월 전부터는 최상의 몸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너무 힘든 싸움을 할 수밖에 없었다.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수한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 박태환 선수를 지지해준 국민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태환의 법률대리인으로 무료 변론을 한 법무법인 광장의 임성우 변호사는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을 국내 법원과 카스가 내렸다. 대한체육회가 국제 스포츠의 룰을 따라야 함에도 카스의 관할권까지 인정하지 않으려는 듯한 인상을 풍긴 것은 국제 스포츠 외교에 있어서도 좋지 않다”고 일침을 놨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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