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이 1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영종도/연합뉴스
“결정났을 때 기분 좋았다. 늦었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하겠다.”
14일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한 박태환의 표정은 밝았다. 햇빛에 그을린 듯한 얼굴은 전에 볼 수 없는 생기가 돌았다. 박태환은 “(올림픽 출전이) 결정됐을 때 기분이 좋았다. 한편으로 마음이 무겁기도 하다.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촉박하다. 하지만 열심히 준비했고, 호주에서도 열심히 훈련하고 돌아왔다. 컨디션 유지를 잘 해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2004 아테네올림픽 때 중학 3학년으로 출전해 400m 출발 실수로 실격한 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다관왕(400m금, 200m은), 2012년 런던올림픽 다관왕(400m은, 200m은)을 차지한 한국 수영의 천재. 하지만 생애 네번째 출전하는 2016년 리우올림픽에선 어떤 꿈을 꿀까. 박태환은 “몸 상태가 아무래도 4년 전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 나이도 더 먹었다. 2010년 아시안게임, 2011년 세계대회 등을 거치면서 런던올림픽을 준비했지만, 이번엔 공백기 때문에 차이가 있다”고 했다. 그는 “올해도 대회라고는 국내에서 열린 선발전과 최근 호주에서 열린 그랑프리 대회에 한번씩밖에 참가하지 못했다. 실전 감각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걱정도 된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날 선 각오도 드러냈다. 박태환은 “올림픽 가서 못할 수는 없다. 한 달도 안 남았지만 열심히 준비할 것이다. 늦게라도 나가게 된 것이 기분이 좋다. 그런 것을 탄력삼아 마지막 준비를 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 있게 경기하다 보면 좋은 색깔의 메달이 따라오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지만 확고한 기대감은 엿보였다.
박태환은 국내 남자 선수 가운데는 유일하게 올림픽 본선 출전 자격을 갖고 있다. 1500m, 400m, 200m, 100m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3월2일 도핑 징계 해제 이후 올림픽행 여부가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으면서 정신적으로 큰 상처를 받았다. 징계 해제 2개월 전부터 훈련을 재개할 수 있었지만 수영장을 구하기도 힘들었다.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둘러싼 법리 싸움으로 시간을 허비하면서 훈련에 집중하는 데 애를 먹었다. 실제 최근 호주에서 열린 그랑프리 대회에서는 예상보다 기록이 좋지 않았다. 박태환은 “호주 대회는 훈련하다가 대회 1주일 전에 올림픽 가기 전 마지막 시합이어서 출전했다. 3주 훈련하는 과정에서 나간 대회다. 기록이 좋지 않아 아쉽지만 전혀 신경쓸 부분은 아니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태환은 오랜 시간 비행으로 여독이 있지만 15일부터 인천박태환수영장에서 국내 훈련에 들어간다. 이렇게 이틀간 몸을 다듬은 뒤 17일 오전 미국 올랜도로 출발한다. 리우와 시차를 맞추면서 막바지 훈련에 들어가는 것이다. 박태환은 자신의 주 종목인 자유형 400m를 중점적으로 훈련할 것으로 보인다. 박태환의 400m 올해 세계 랭킹은 6위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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